이재용의 재단출연금·최순실의 학사비리·김기춘의 블랙리스트

6일 수사결과 발표를 앞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30명을 기소하는 등 역대 특검 중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많은 인원을 재판에 넘긴 것과는 별개로 이들의 유죄를 법정에서 최종 확정 짓는 것은 특검의 앞길에 놓은 커다란 숙제다.

5일 법조계에선 법원에서 동시다발로 펼쳐질 법리 싸움에서 최대 격전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비선 실세' 최순실씨·'실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사건을 꼽는다.

이달 9일 첫 재판이 시작되는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의 도움을 기대하며 최씨 측에 433억원의 뇌물을 건네거나 약속한 혐의를 받는다.

이중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금이 204억원인데 법조계에선 이 금액의 성격을 두고 특검이 치열한 다툼을 벌여야 할 것으로 내다본다.

앞서 검찰이 최씨를 기소할 때 삼성 등 기업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뇌물이 아닌 강요에 의한 갈취금으로 봤기에 법리적으로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요와 뇌물이 동시에 성립 가능한지, 어느 한쪽만 인정해야 할 것인지, 양립 가능하다면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등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오갈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 90일간 최씨 사건을 수사해 온 특검의 기록을 검토해 보고 공소사실 변경 등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법원 판단에 따라 순탄히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같은 사실을 두고 서로 다른 죄목으로 기소하면 이중 기소 문제가 발생하거나 공소사실의 증명에 지장을 초래한다.

재단 출연과 관련해선 최씨와 '공범'으로 입건된 박 대통령 측의 반박 논리도 있다.

두 재단은 정부 부처의 검토를 거쳐 '공익법인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운영되는 공익재단이자 비영리 법인이라는 입장이다.

문화 융성과 체육 진흥 업무를 했고, 역대 정부도 기업 출연을 토대로 재단을 설립해 운영한 만큼 출연 행위를 두고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화여대 '학사 농단' 법정 역시 혈투가 예상된다.

특검은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대 입학·학사 과정 비리와 관련해 최씨에게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최씨는 정씨가 2015년 학사경고를 받고 휴학한 뒤 이듬해 복학하자 최경희 전 이대 총장에게 '강의에 출석하지 않더라도 학점을 받게 해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최 전 총장은 자신의 측근 교수를 동원해 각 수업 교수들을 상대로 정씨가 마치 제대로 출석하고 과제물도 정상 출석한 것처럼 꾸미도록 압박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이대 측이 모종의 대가성을 염두에 두고 정씨를 '알아서 모신' 정황도 일부 있다는 견해가 법조계에선 나온다.

업무방해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최씨가 위력(상대방의 자유의사를 제압하는 힘)을 행사한 사실이 입증돼야 하는데 일부 학사 농단은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대 입학·학사 비리가 권력에 아부하거나 이를 활용해 개인적 영달을 추구하려는 교수들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평가도 있다.

이번 비리로 재판에 넘겨진 교수만도 최 전 총장을 비롯해 남궁곤(56) 전 입학처장, 김경숙(62)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등 8명에 이른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 법정 역시 특검의 격전지로 꼽힌다.

김 전 실장 측은 "좌파 세력에 편향된 정부의 지원을 균형 있게 집행하려는 정책, 즉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정책은 직권남용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정권에서도 있었던 '정책적 판단에 의한 정상 업무 수행'이었던 만큼 이에 죄를 묻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다.

실제로 정부가 가진 자원을 배분하는 시혜성 정책은 정부의 재량권이 좀 더 넓게 인정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 판례도 있다.

다만 공범인 조 전 장관의 경우 자신이 '큰 그림'을 짜는데 개입하지 않았다며 발을 빼긴 했지만, 블랙리스트의 위법성은 일부 시인하는 듯한 입장을 보인다.

피고인들이 혐의 성립, 관여 정도, 책임 유무 등을 놓고 각자도생식으로 다투는 만큼 특검으로선 한 재판 내에서도 여러갈래 전술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향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bang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