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단 "최순실과 어떻게 공모했다는 거냐" 특검팀에 구체화 요구
"1급 공무원 신분보장 대상 제외…대통령 인사권, 기소할 수 있나"

이른바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주도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측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법정 선전포고'를 날렸다.

특검이 기소한 김 전 실장의 범죄사실을 조목조목 따지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죄를 저질렀다는 것인지명확히 밝혀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특검이 무리하게 법적 잣대를 들이대 '억지' 기소를 한 것 아니냐는 취지다.

김 전 실장의 변호인단은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A4 용지 7장 분량의 석명(사실을 설명해 내용을 밝힘)요구 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우선 블랙리스트 혐의와 관련해 변호인단은 "김기춘의 어떤 행위가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기소한 것인지 범죄행위를 구체적으로 열거해 달라"고 요구했다.

변호인단은 김 전 실장이 청와대 회의에서 "종북세력이 문화계를 15년간 장악했다.

CJ와 현대백화점 등 재벌도 줄을 서고 있다.

정권 초기에 사정을 서둘러야 한다.

이것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국정과제다"라고 말한 부분 등이 공소장에 적시된 것을 문제삼았다.

'한국을 적대시하는 세력이 문화계를 장악하고 있으니 국정의 정상화를 위해 같이 노력하자'는 취지인데, 이런 발언이 모두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청와대 회의에서 한 발언은 직무상 이뤄진 것인 만큼 협박에 해당하자 않는다는 입장이다.

변호인단은 최순실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김 전 실장은 최씨를 만나거나 연락한 적이 한 번도 없고, 공소장에도 최씨의 행위는 열거돼 있지 않다"며 "최씨와 김 전 실장이 어떻게 공모했다는건지, 또 어떻게 순차 공모가 가능한지 설명해달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특검은 대통령과 비서실장, 장관 이후 문체부 5급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순차 공모했다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이 일에 관여한 유진룡 전 장관이나 모철민 전 교문수석, 박준우 전 정무수석도 공동정범에 포함되는 것인지, 아니면 이들은 피해자라고 보는 것인지도 명백히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변호인단은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의 지원 성향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변호인단은 "당시엔 문화예술계의 지원 대상이 이념적으로 좌편향돼 코드인사와 이념에 따른 지원이 극심했다"며 "그런 행위도 같이 범죄라고 본 것인지, 아니면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정책만 범죄라고 본 것인지 답변해달라"고 요구했다.

정책적 판단은 죄를 물을 수 없다는 취지다.

문체부 1급 공무원에 대한 사직 강요 혐의에 대해서는 "국가공무원법상 행정부 1급 공무원 등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공무원은 신분 보장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우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1급 공무원에 대한 사표를 받은 게 임용권자인 대통령 및 비서실장과 김종덕 장관이 공모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한다고 기소한 이유는 무엇이냐"고 확인을 구했다.

인사권 행사를 기소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변호인단 주장이다.

변호인단은 그러면서 "언론에서 보도된 블랙리스트에 대해 '잘못된거니 처벌이 필요하다'는 단순 논리로 접근해 기소한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며 "앞으로 심리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특검이 여러 보완 사항을 신속히 정리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