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중심병원을 가다] "특허만 수백개…기초연구부터 임상까지, 의료산업화 선도할 것"
“출원 및 등록한 특허 건수가 300건, 기술이전 계약체결 건수가 25건, 교원 창업 7건. 모두 지난해 거둔 성과입니다. 연구개발은 세브란스병원이 국내 병원 중에서 가장 활발하다고 자신합니다.”

이진우 신촌세브란스병원 연구부원장(사진)은 연세대 의료원이 연구 중심 병원으로서 이뤄낸 성과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연세대 의료원은 수백개에 달하는 특허를 보유 중이고 2012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일곱 차례에 걸쳐 기술설명회를 여는 등 수년 전부터 연구개발 사업화에 대한 준비를 착실히 해왔다는 설명이다.

이 부원장은 임상과 연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한다. 그는 직접 기술을 개발해 외부 업체에 기술을 이전하는 계약을 맺은 경험이 있다. 그는 “5년 전 외부 기업에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줄기세포 체내이동 유도 기술’도 임상에서 얻은 아이디어였다”며 “일선에서 환자를 직접 만나고 치료하다 보면 환자에게 뭐가 필요한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의료원은 17개의 자발적인 연구그룹을 만들어 암질환부터 줄기세포, 대사성질환, 면역질환, 의료기기 등의 연구 분야에 힘을 쏟고 있다. 연구를 통해 얻은 성과를 활용해 사업화도 노린다. 이미 사업화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허용민 연세대 의대 영상의학과 교수는 7년 전 위암 수술 이후의 예후 및 항암제 적합성 진단 시스템을 만드는 노보믹스를 창업했다. 이 밖에 지난해부터 설립을 추진 중인 결핵백신 및 면역증강제를 만드는 큐라티스, 면역치료제 개발업체 PROLAGEN, 프로바이오틱스 전문업체 HnM, 수면장애 진단·치료기기 개발업체 쿨랩, 바이오데이터 서비스업체 바이오데이터센터 등이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산업체와 학교, 연구소와 병원이 서로 협력하는 ‘산학연병’이 잘 이뤄지고 있는 것도 연세대 의료원의 강점이다. 이 부원장은 “신촌에는 매머드급의 바이오메디컬 콤플렉스가 구축돼 A부터 Z까지 한곳에서 연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문을 연 산학융복합센터에서는 기초연구부터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을 활용한 임상시험까지 할 수 있다. 연세대 자연과학대와 공대도 함께 연구하고 있으며 외부 업체가 입주해 있어 협업도 할 수 있다. 또 경영대와 협력해 의료 분야 컨설팅 교육 프로그램 ‘연세 HeTAC’도 운영하고 있다.

이 부원장은 병원이 진료뿐 아니라 연구에도 힘을 쏟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금은 대학병원들이 최대한 환자를 많이 받아야 운영될 수 있도록 의료수가가 낮게 정해져 있어 임상의들이 연구에 시간을 할애하기 어렵다”며 “보장성 강화도 좋지만 낮은 수가로 ‘병원 쇼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의료서비스가 낭비되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들이 먼저 동네 의원을 찾고 그래도 치료가 안 될 때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순으로 찾아가 의료서비스를 받는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될 수 있도록 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