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수걸이 못하는 정육점, 하루 5∼6마리 파는 닭집…"시장 전체 불황"

광주 대표 전통시장인 서구 양동시장에서 정육점을 하는 홍모(72·여)씨는 14일 오전 10시가 넘도록 '마수걸이' 손님을 기다렸다.

도마 위에 놓아둔 육회용 소고기와 돼지 삼겹살이 이날 홍씨가 준비한 물량의 전부이지만 단골손님 발걸음조차 이날은 뚝 끊겼다.

손님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냉장보관대를 비추는 붉은색 전등은 꺼진 지 오래다.

드문드문 오가는 사람을 쳐다보며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던 참에 천엽(소의 위)을 찾는 한 70대 남성이 가격을 문의했다.

홍씨는 "요즘 소를 잡지 않아서 천엽은 없다"며 한참만에 찾아온 손님을 돌려보내야 했다.

그는 구제역 확산 이후 고기를 구하기가 어렵고, 팔기는 더욱 어렵다고 토로했다.

특수 부위만 찾는 식당업자도 발길 돌리는 날이 잦아지면서 이제는 단골손님마저 끊길 형편이라고 한숨 쉬었다.

홍씨의 정육점이 자리한 골목 초입에 모여있는 생닭과 생오리 판매점 10여 곳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양동시장 '닭전머리'라고 알려진 이곳은 전국적인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이후 근근이 하루를 버티는 상황이다.

도계장에서 물건을 떼오는 상인 임모(62)씨는 AI가 맹위를 떨친 3개월 전부터 하루에 닭과 오리 5∼6마리 정도를 팔고 있다.

가게세 내기도 벅찬 형편이다.

임씨는 "익혀서 먹으면 인체에 해가 없다고 하는데도 사람들이 요즘 고기를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겨울만 왔다 하면 AI다 뭐다 하는데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구제역과 AI 탓에 축산상인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건어물·생선·채소·과일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양동시장 일대 상인이 깊은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한때 '귀한 몸' 대접받던 계란 역시 수레에 가득 실린 채 손님을 기다리는 처지로 전락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예전 같았으면 지금쯤 전통시장 이용촉진 행사 등을 펼치며 위축된 소비를 살리기 위해 여러 사업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지금은 구제역 유입 차단에 주력하느라 다른 일을 돌볼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