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가 신입사원을 채용중에 있다. 입사후엔 남녀 구분없이 퇴직때까지 4~5회 해외파견근무를 해야 한다. 여성 선배들은 “요리를 할줄 알면 해외 네트워크 확대에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왼쪽부터 임상아 과장, 한연희 팀장, 나어진 대리, 김현아 차장, 김명희 팀장.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KOTRA가 신입사원을 채용중에 있다. 입사후엔 남녀 구분없이 퇴직때까지 4~5회 해외파견근무를 해야 한다. 여성 선배들은 “요리를 할줄 알면 해외 네트워크 확대에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왼쪽부터 임상아 과장, 한연희 팀장, 나어진 대리, 김현아 차장, 김명희 팀장.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깔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KOTRA의 ‘여성 에너자이저 5인방’이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자신을 ‘비혼(결혼을 안 할 것 같은 사람을 뜻하는 말)’이라고 소개한 김명희 팀장(수출첫걸음지원팀·50)은 “결혼을 하지 못한 것에 후회는 없지만 후배들은 꼭 결혼 후 해외에 나갔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전철을 절대 밟지 말기를 당부했다.

한연희 팀장(수출지원기반활용팀·46)은 “함께 입사한 여자 동기 2명이 결혼 후 모두 그만뒀다”면서 “남자 동기들이 이렇게 오래 다닐 줄 알았으면 너랑 결혼하는 건데 하면서 농담을 던질 정도”라며 웃었다.

대한민국 기업들의 ‘수출 해결사’ KOTRA는 전 세계 86개국에 126개 무역관을 두고 400여명의 통상직 직원들을 파견해 수출기업의 애로를 돕고 있다. 매년 2월1일과 8월1일 두 차례 인사발령을 낸다. 인사발령이 막 끝난 지난 3일 KOTRA 여직원들을 만났다. 여직원으로서의 연애와 결혼, 파견지에서의 에피소드와 노하우 등 그들만의 보람과 애환을 들었다.

2015년에 입사해 ‘초파’(KOTRA에서 첫 해외파견을 일컫는 말)를 앞두고 있는 나어진 대리(고객전략실·29)는 “여자 동기들은 초파 전 결혼을 하려고 주말마다 맞선 스케줄이 빽빽할 정도”라며 “어떤 짝을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나 대리의 고민을 들은 김현아 차장(고객전략실·39)은 “싱가포르 초파 때 만난 남편과 결혼 후 배 속의 아이와 함께 귀국했다”며 “짝꿍이 파견국에도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라”고 경험담을 들려줬다. 임성아 과장(정보전략팀·33)은 “오랫동안 사귀었던 남친과 ‘롱디(장거리 연애)’를 하다가 지난해 10월 결혼했다”며 “지금 연애 중이라면 초파 후 돌아와서 결혼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자신의 비법을 알려줬다.

해외파견을 앞두고는 언어뿐 아니라 준비해야 할 게 많다. 김 팀장은 “KOTRA 직원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국가발전의 디딤돌이라는 자긍심과 수출기업을 돕겠다는 공헌 마인드”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어딜 가더라도 자신만의 취미생활과 요리실력을 키울 것도 당부했다. 김 팀장은 초파 전 골프를 배운 덕분에 주말에는 현지 주재원들과 라운딩을 나가거나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같이하기 때문에 외로움을 모를 정도라고 했다. 김 차장은 한국을 제대로 알릴 수 있도록 공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해외생활의 노하우도 공개했다. 김 팀장은 주변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긴급상황에 처했을 때 도움받을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주변인이기에 평소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해야 해요. 취미, 종교, 커뮤니티를 통해 다양한 친구를 사귈 것을 추천합니다.” 스페인어를 전공한 한 팀장은 유창한 언어 덕에 교민들이 많이 찾는 사람이 됐다. “멕시코의 유명 맛집과 와인을 알고 있다 보니 일도 잘 성사돼 네트워크 확장에 큰 도움이 됐어요. 중남미가 한국에서 멀고 위험지역이라고 회피하는데 그러기에 더욱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오랫동안 중동지역 파견을 갔다 온 김 팀장도 “이슬람권은 외국인 여성을 더 극진히 대접하기에 활동하기에도 훨씬 좋다”고 전했다.

이야기는 현지 무용담으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김 팀장은 알제리 파견 때 한국의 한 수출기업을 도왔던 이야기를 했다. “중소 수출기업이 수출대금을 못 받았다는 메일을 보내왔어요. 당장 그 바이어에게 연락하고 차를 몰고 달려갔죠. 그런데, 그 바이어가 저를 보자마자 송금영수증을 보여주는 것 아니겠어요? 한국 정부 기관이 온다니까 지레 겁먹고 송금을 한 것이에요. KOTRA는 한국 수출기업들의 손발입니다. 수억원을 찾아준 나 자신이 뿌듯하더라고요.”

한 팀장도 맞장구를 쳤다. “해외파견은 마약 같아요. 힘든 해외생활에 퇴사를 생각했다가도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 기업들과 거래가 성사됐다고 감사인사를 할 때면 다시 힘을 얻곤 합니다.” 김 차장은 “홍콩 파견 땐 ‘MBA 학위’를 딸 수 있었다”며 “조금만 부지런하면 공부할 기회도 널려 있다”고 전했다.

KOTRA 여직원들은 모두 당찬 여걸 같다고 하자 김 팀장은 “‘역마살’이 있는 사람이라면 입사를 고려해야 한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KOTRA 여직원들은 예쁠 뿐 아니라 당차면서 논리적으로 말도 잘하죠. 대민업무부터 서비스까지 해야하기에 다재다능해야 해요. 여기에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역마살’이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1997년 입사한 한 팀장도 “입사 당시엔 여직원들이 고작 22명뿐이었는데 한눈에 봐도 ‘보통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며 “지금은 다양한 스타일의 후배들이 입사하기에 세계 무대에서 뜻을 펼치고 싶다면 마음껏 도전해 볼 것”을 요구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