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장 건물  6만8,395㎡, 지상2층·지하1층, 상인 220명 영업
신시장 건물  11만8,346㎡, 지상6층·지하2층, 상인 440명 영업
구시장 건물 6만8,395㎡, 지상2층·지하1층, 상인 220명 영업 신시장 건물 11만8,346㎡, 지상6층·지하2층, 상인 440명 영업
“이리로 오세요. 여기가 진짜 노량진수산시장입니다.”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주차장 입구 10m 전부터 두 사람이 동시에 달려 나왔다. 검정 외투 차림의 안내원(수협 측)이 “직진하세요. 새로 지은 노량진시장입니다”라고 말하자, 뒤이어 빨강 점퍼를 입은 직원이 달려와 경광봉을 흔들며 “좌회전하세요. 전통 노량진시장인데 더 싸요”라고 안내했다. 옛시장 쪽에서 일하는 장재훈 영종상회 사장은 “상인들이 2시간씩 돌아가며 주차장과 입구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런 호객 행위를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1년째 옛시장과 신시장 상인 간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7일 양측 주차요원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방문객 차량을 안내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1년째 옛시장과 신시장 상인 간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7일 양측 주차요원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방문객 차량을 안내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소비자 등 돌려 매출 40%나 감소

작년 1월 현대식 건물로 새단장한 노량진수산시장. 이 건물은 수협 주도로 총 5237억원을 투자했다. 신시장이라고 부른다. 이 건물이 들어선 지 1년이 지났지만 옛시장과 신시장으로 갈린 상인들의 갈등은 여전했다.

1년째 '한지붕 남남'인 노량진 수산시장
수협은 지난 6일 “옛시장 70여명의 상인들이 신시장으로 이전하기로 했다”며 통합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7일 찾은 노량진수산시장의 모습은 발표와 달랐다. 옛시장을 지키고 있는 서효성 노량진현대화비상대책위원회 사무총장은 “지난해 공청회를 열기 전에도 이런 얘기가 돌아 상인들의 마음만 들쑤셔 놨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현재 옛시장에 남아 있는 220여명 가운데 신시장 이전 각서에 서명한 상인 수는 10명도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노량진수산시장의 전체 상인 660명 중 3분의 2는 신시장으로 옮겼다. 나머지는 이전을 거부하고 있다. 옮길 자리가 소비자들이 잘 찾지 않는 2층 구석인 데다 임차료만 비싸다는 이유에서다. 30년째 옛시장에서 생

을 팔고 있는 박모씨는 “목이 안 좋은 곳만 남았는데 누가 돈을 더 주고 옮기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1년간 계속되는 분쟁에 소비자들은 등을 돌리고 있다. 신시장에선 건어물 점포 중심으로 매출이 줄고, 옛시장 점포도 매출이 급감했다는 게 상인들의 얘기다. 옛시장에서 일하는 이모씨는 “식당 왔다가 횟감도 사고 다른 건어물도 구입하고 해야 하는데 그런 시너지가 나지 않아 매출이 40%가량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대책 못 내놓는 서울시

상인 간 갈등의 골은 깊다. 수협이 정상화를 위해 중재에 나섰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작년 4월엔 폭력사태와 칼부림까지 있었다.

옛시장 상인들은 “지금 있는 장소에서 계속 영업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수협은 “무조건 신시장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수협은 한발 나아가 “외부 세력이 개입된 비대위가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비대위 측은 “수협이 옛시장 철거를 강행하더라도 우리는 끝까지 버티겠다”고 밝히고 있다. 신시장에서 건어물을 파는 임모씨는 “신시장 상인이든 옛시장 상인이든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끝나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중재를 해야 할 서울시는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작년 5월 “노량진수산시장 갈등을 해결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했지만 한 차례 공청회만 열고 후속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협, 해양수산부와 함께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며 “제3자인 서울시 의견을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