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사시 존치 갈등 끝내야…청년 변호사 일자리가 최우선"
“사법시험(사시) 존치를 두고 빚어온 갈등을 딛고 청년 변호사 일자리 창출과 직역 수호를 통해 변호사업계 살리기에 회원 모두가 나서야 합니다.”

제49대 대한변호사협회장에 당선된 김현 변호사(61·사법연수원 17기·사진)가 17일 대한변협에서 당선증을 받고 힘찬 각오를 다졌다. 김 신임 협회장은 지난 16일 선거에서 1만160표 중 6017표(59.22%)를 얻어 장성근 변호사(56·14기)를 누르고 당선됐다. 임기는 다음달 27일부터 2년이다.

김 협회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변협, 강력한 변협’을 화두로 제시했다. 변호사업계의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그는 “유사 직역 문제 등 변호사업계가 맞닥뜨린 위기를 변협이 적극 나서서 해결해야 할 때”라며 “분열과 대립을 조장하는 부당한 시도가 있다면 가장 먼저 나서서 막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변호사의 자긍심을 회복할 수 있도록 빠르고 강력한 변협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동안 변협은 사시 존치 문제를 두고 내부에서 끊임없는 갈등에 시달려왔다. 김 협회장은 “사시 존치 논쟁에 에너지를 쏟다 보니 유사 직역의 변호사 침탈 문제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더 이상 사시 존치 문제로 소모적인 논쟁을 계속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거 기간 내내 사시 출신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의 화합을 강조하면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

김 협회장은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안으로는 힘을 모으고, 바깥과는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가 제시한 공약은 대부분 변호사업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내용이다. 그러다 보니 대한변리사협회 법무사회 등 다른 이익단체와의 충돌 가능성이 크다. 김 협회장은 “충돌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변호사업계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변협이 해야 할 일이라면 과감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 협회장은 취임 후 변호사 배출 인원 감소 정책을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매년 1500명 이상 나오는 변호사를 1000명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는 “비정상적인 법조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배출 인원 조정이 필수”라며 “로스쿨평가위원회를 엄격하게 가동해 일부 로스쿨을 구조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새 변협 수뇌부가 로스쿨 인원을 감축하는 과정에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와 상당한 갈등을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로스쿨 출신 A변호사는 “김 협회장이 법조 화합을 강조한 만큼 적당한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김 협회장은 경복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와 워싱턴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사법연수원 외래교수와 대한변협 사무총장을 거쳐 2009~2011년 서울변호사회 회장을 지냈다. 해상법 분야 전문가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