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유년(丁酉年)은 '닭'의 해다.

닭은 '삼국유사'의 혁거세 신화에 나올 정도로 한민족이 오랫동안 기른 동물이다.

해마다 연말이면 이듬해 띠 동물을 주제로 전시를 여는 국립민속박물관에 따르면 닭은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짐승이었다.

닭은 동틀 무렵이면 어김없이 우는 시보(時報)의 역할을 했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은 30일 "닭은 여명(黎明)과 축귀(逐鬼)를 상징하는 상서로운 새였다"며 "옛날 사람들은 닭이 우는 소리와 함께 새벽이 오고 어둠이 끝나며, 밤을 지배하던 마귀나 유령이 물러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삼국사기'의 김알지 설화는 닭이 상서로운 새로 인식됐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호공'이라는 인물이 신라의 도읍인 경주 월성을 지나가다 나무에 걸린 금궤를 봤는데, 그 아래에서 흰 닭이 울자 김알지가 금궤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여기서 흰 닭은 중요한 인물의 탄생을 예고하는 동물로 등장했다.

닭이 여명의 상징이라는 것은 고전소설 '심청전'에서 심청이 뱃사공에게 팔려가는 날 아침에 "닭아, 닭아 울지 마라, 네가 울면 날이 새고, 날이 새면 나 죽는다"고 한 말에서 알 수 있다.

중국 고전인 '시경'에도 "닭이 울면 부인이 자리에서 일어나야 하는 시간"이라고 기록돼 있다.

또 경기도 남양주에는 옥수수와 수수, 엿기름으로 죽을 쑤고 누룩과 솔잎을 넣어 만든 술이 있는데, 술을 담근 다음 날 새벽이면 다 익어서 마실 수 있다는 이유로 '계명주'(鷄鳴酒)라고 불린다.

새해에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하며 그리는 그림인 세화(歲畵)의 소재가 된 동물 중에 호랑이, 용, 개와 함께 닭이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빛을 불러온다는 상징성이 어둠과 귀신을 쫓아낸다는 의미로 확장된 것이다.

아울러 전통사회에서는 닭의 피에도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는 영묘한 힘이 있다고 믿어서 마을에 돌림병이 돌 때면 닭의 피를 대문이나 벽에 바르기도 했다.

닭은 입신출세와 부귀공명을 상징하기도 했는데, 이는 닭의 생김새에서 연유했다.

닭의 볏(冠)은 관을 쓴 모습이고, '볏'은 '벼슬'과 발음이 비슷해서 과거 급제를 염원했던 선비들은 서재에 닭 그림을 걸어두기도 했다.

조선시대 닭 그림 중에는 어미 닭이 병아리를 돌보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도 있는데, 이는 자손 번창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편 여러 신라 고분에서는 달걀과 닭뼈가 발견되기도 했다.

신라 사람들이 달걀과 닭뼈를 무덤에 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망자가 저승길에서 먹거나 재생과 부활을 기원하기 위해 묻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psh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