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PC수리 최고기술자 홍희영 대명장…"고객의 말 경청해야 고칠 수 있죠"
전자업체의 제품 수리 기술자는 대표적인 ‘감정 노동자’다. 서비스센터를 찾는 사람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에어컨을 수리하러 방문해선 더위에 지친 고객의 얼굴을 마주해야 한다. 제대로 수리하려면 높은 기술 전문성이 필요하다. 감정 노동과 어려운 업무,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 때문에 이직률이 높은 직종이기도 하다.

홍희영 LG전자서비스 대명장(사진)은 PC 수리에서 최고기술자로 인정받고 있다. 21년간 한우물을 판 결과다. 2005년부터 LG전자와 LG전자서비스는 수년간의 까다로운 검증을 통해 각 분야의 가장 뛰어난 수리 기술자를 선발해 대명장이라는 호칭을 주고 있다. 4000여명의 LG전자서비스 수리 기술자 중 대명장으로 불리는 이는 12명에 불과하다.

홍 대명장은 서울 서남부의 3개 LG전자서비스 센터에서 평균 3.4%이던 재입고율을 2%대 초반으로 낮춰 지난 1월 대명장에 올랐다. 29일 LG전자서비스 금천센터에서 만난 홍 대명장은 “좋은 수리 서비스를 받은 고객은 다음에도 LG전자 제품을 믿고 구매한다는 점에서 수리는 단순한 사후서비스가 아니라 재판매 촉진 활동”이라고 말했다.

기술 발전이 빠르고 들어가는 부품이 많은 PC는 한 번 고장이 나면 수리가 쉽지 않다. 최신 태블릿PC부터 10년, 20년 전에 나온 데스크톱 컴퓨터까지 수리할 줄 알아야 한다. 홍 대명장은 꾸준히 새로운 기술을 공부하는 한편 수리에 어려움을 느낀 제품은 꼭 후기를 작성하며 노하우를 쌓았다. 그는 “수리도 결국 경청이 답”이라며 “처음에는 알기 힘들던 고장 원인도 고객의 말을 꼼꼼히 듣고 있으면 보인다”고 설명했다.

감정 노동이 심한 일인 만큼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홍 대명장은 “까다로운 고객으로 인해 지친 마음이 다음 고객에게 영향을 주지 않도록 빨리 잊어야 한다”며 “힘들 때면 잠깐 바깥 풍경을 보며 마음을 달랜다”고 말했다.

대명장에 선정된 후에는 강사로 나가 후배 수리 기술자들에게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를 전수해주기도 한다. 홍 대명장은 “후배들이 수리 기술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꿈과 비전을 갖고 노력하면 보람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