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801만명…'셀프' 노후준비 정부가 지원

앞으로 고액 자산가가 아니더라도 베이비부머 세대는 퇴직 전 1회 이상 가까운 지역노후준비지원센터(이하 노후센터)를 찾아 재무 진단을 받고 건강·여가·대인관계 상담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연령·성별에 맞는 노후준비 진단 지표가 국가 차원에서 개발되고 노후준비 시범 마을을 운영해 성공적인 노후준비 사례도 발굴한다.

보건복지부는 29일 국가노후준비위원회를 열어 오는 2020년까지 5년간 국민 노후지원의 밑그림을 담은 '제1차 노후준비지원 5개년 기본계획'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본계획은 국민이 노후의 4가지 고통(빈곤, 질병, 고독, 무위)에 시달리지 않도록 재무 분야와 비재무 분야 서비스까지 통합적으로 제공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모든 국민에게 맞춤형 노후준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 아래 수립된 이번 계획은 베이비부머 세대 801만명에게 먼저 적용되며 앞으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과 연동해 내용이 구체화할 계획이다.

◇ '자녀에게 손 벌리지 않게'…질 높은 통합노후서비스 제공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지만, 공적 연금은 선진국보다 역사가 짧고 사적연금으로만은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많은 국민은 제대로 된 노후준비는커녕 대표적인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조차도 가입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고려해 정부는 금융권을 통해 재무설계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베이비부머 중하위층도 쉽게 개인별 재무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서비스의 질도 높이기로 했다.

노후준비를 위한 재무상담서비스는 현재 국민연금관리공단 지사 107곳에 설치된 노후센터에서 진행된다.

앞으로 노후센터는 현재 운영 중인 노후준비서비스 상담을 보강해 1, 2차로 나눠 재무 상태를 진단한다.

1차는 공·사적 연금 가입 내역 조회, 노후필요자금 대비 부족자금을 파악하는 자가 진단이다.

2차는 이를 바탕으로 노후준비 전문가들이 현재 자산상태, 현금흐름, 목적별 자금을 파악해 재무적 문제를 찾아내고 개선방법을 조언하게 된다.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는 사람에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공·사적 연금 통합 수령액과 노후부족자금을 알려주고 상담도 안내하는 '초록 봉투'(green envelope) 사업도 내년부터 추진된다.

정부는 내년 법령 개정과 시범사업 추진을 거쳐 초록 봉투 사업 참가자를 2018년 4만명, 2020년에는 10만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건강, 여가, 대인관계 등 비재무적 분야의 노후준비 상담도 점차 확대된다.

정부는 일단 노후센터가 노후진단지표를 통해 노후준비에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고 건강에 문제가 있으면 보건소 등에,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으면 건강가정지원센터나 심리상담 기관 등을 소개해주는 방식을 고려 중이다.

◇ 노후준비 진단 앱 개발
정부는 3년마다 실시되는 노후준비 실태조사와 별도로 2018년까지 국민이 스스로 자신의 노후준비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진단 지표를 개발할 계획이다.

노후진단 지표는 연령별(30∼40대/50∼64세/65∼69세), 성별로 다르게 개발되고 젊은 세대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해 보급한다.

노후준비 서비스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서비스 신청과 진행 조회도 가능한 '노후준비종합정보시스템'도 구축돼 운영된다.

노후준비종합정보시스템에는 노후준비 관련 부처, 기관의 사업과 서비스가 모두 탑재되기 때문에 노후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노후준비서비스 제공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연금공단·금융기관 퇴직자를 활용하고 노후준비 지원법에서 규정하는 교육훈련과정을 이수한 경우에는 공인 민간자격증(가칭 노후준비지원사)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지역 내 노후준비 네트워크를 개발하고 노후준비 서비스 제공의 모델을 찾기 위해 '노후준비 우수지자체'도 운영한다.

노후준비 우수지자체는 2018년 3개 지방자치단체를 모집해 운영한 뒤 2019년 5곳, 2020년 7곳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중앙정부는 노후준비 시범마을 운영비를 일정 정도 지원할 계획이다.

이에 필요한 법령 개정과 소요재원 추계는 추후에 진행하기로 했다.

국가노후준위원회 위원장인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번 계획은 국민이 노후를 안정적이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국가에서 처음으로 만든 지원 체계"라며 "국민이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하듯이 정기적으로 본인 노후준비 수준을 진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sujin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