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이 대우조선해양의 수조원대 분식회계를 방조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대형 회계법인이 임직원이 아닌 법인으로 직접 기소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우조선해양 경영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27일 안진 회계사들과 법인을 대우조선의 5조7000억원대 분식회계를 방조한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안진 회계사들이 단순히 대우조선의 분식회계를 잡아내지 못한 데 그친 게 아니라 그런 정황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분식 가능성을 묵살했거나 감사 서류조작에도 가담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법인에도 양벌규정으로 책임을 물었다.

이번 검찰 수사 결과는 금융당국의 처분 수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자체적으로 감리를 벌여 왔다. 최고 등록취소도 가능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강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위법 행위를 한 회계법인 등 감사인에 대해 최고 등록취소부터 1년 이내 영업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안진에 회계 감사를 맡긴 기업들의 타격을 막기 위해서라도 등록취소보다는 단계적인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안진은 입장 자료를 내고 “검찰의 법인 기소는 전혀 근거가 없다”며 “대우조선 등 이해관계자들의 강력한 압박에도 재무제표 재작성이라는 ‘옳은 일’을 요구하는 등 감사 업무에서 어떤 위법한 일도 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