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1인 다(多)직업’이란 고용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면서 국내 기업에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국내 법규엔 정규직 근로자가 겸업이나 부업을 해도 되는지에 관한 규정 자체가 없다. 저출산에 따른 노동력 부족 현상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부분 국내 기업은 자사 정규직 사원의 겸업과 부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겸업 금지 조항 등을 근로계약서에 못 박기도 한다. 직장 내 규율인 ‘취업규칙’을 통해 다른 일을 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관행상 겸업과 부업이 금지돼 있을 뿐 법률적인 강제 사항은 아니다.

일본 정부가 겸업·부업 허용 카드를 내놓자 국내 기업과 학계에선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이 각종 부작용에도 겸업과 부업을 허용하는 건 일손 부족 때문이다. 고령화로 인해 고용시장에서 직원 확보가 중대 과제가 된 터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을 낸 것이다.

이정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정규직, 저출산·고령화 문제 등을 한발 앞서 겪고 있는 일본의 해결책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노동시장에선 아직 부업·겸업을 금지하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기업들은 겸업·부업 허용의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는다. 사고 위험, 영업비밀 유출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예컨대 택시 운전기사가 영업이 끝나고 대리기사로 일하면 과도한 피로로 업무 중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와 근로자 간 근본 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배하는 행위라는 비판도 나온다.

박호균 경영자총협회 책임전문위원은 “근로자는 사용자와 업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맺는다”며 “정규직 근로자가 겸업이나 부업을 하는 건 계약사항을 명백히 어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 취업규칙

회사가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준수해야 할 규율과 임금·근로시간, 기타 근로조건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정한 규칙을 뜻한다. 근로기준법 93조엔 상시근로자가 10명 이상인 사업장은 취업규칙을 작성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