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청년수당(청년활동지원사업)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은 내년 조기 대통령선거 가능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중앙정부의 제동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청년수당 이슈를 재점화하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등 ‘광폭 행보’에 나서겠다는 의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 판결도 안났는데…서울시 '청년수당' 재추진 논란
보건복지부가 서울시의 청년수당에 대해 직권취소 처분을 내리고 서울시가 대법원에 소송을 내면서 판결이 나올 때까지 사업 재개 가능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박 시장은 이에 대해 “다음달부터 복지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청년수당 재추진 복지부와 협의”

서울시는 청년수당과 청년예술가수당, 청년주택 등 청년 지원을 내년에 두 배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26일 발표했다. 지방자치단체 최초의 중장기 청년정책 기본계획인 ‘2020 서울형 청년보장’ 예산을 1805억원으로 확정했다. 첫해인 올해(891억원)의 두 배 규모다.

청년사업의 핵심은 청년수당 지급 재추진이다. 청년수당 수혜 대상자를 올해 3000명(예산 90억원)에서 내년에 5000명(15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박 시장은 “청년수당은 불평등과 싸우고 미래를 지키기 위한 서울시 의지의 결과물이자 한국형 기본소득 실험”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청년수당 사업 대상자를 선정할 때 ‘소득 7분위 이하’ 같은 소득 수준 제한선을 둘 방침이다. 올해 시범사업에서는 소득 수준 50%, 미취업 기간 50%로 선정 기준을 정하다 보니 중산층 이상의 소득이 있는 청년도 미취업 기간이 길면 대상자가 되는 문제가 있어 비판을 받았다.

지급 방식이나 사용처 등을 변경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놨다. 시는 내년 1월부터 복지부와 협의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전효관 서울혁신기획관은 “직권취소 이후 복지부가 청년수당 문제를 국무총리 소속 사회보장위원회에 상정했다”며 “청년수당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많이 확장됐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청년 살 곳 2만350가구 공급

시는 내년에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주거공간을 올해(3468가구)보다 6배가량 늘어난 2만35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고시원 리모델링, 대학생 희망하우징, 역세권에 짓는 임대주택 ‘2030 청년주택’ 등을 통해서다. 역세권 2030 청년주택에 252억원, 고시원 리모델링에 110억원 등 총 465억원을 투입한다.

학자금 대출로 인한 이자 지원 대상도 기존 재학생에서 미취업 졸업생, 상환유예 청년으로 단계별로 확대한다. 이 사업에 14억3200만원을 지원한다. 27개 직업군에서 5500여명 규모를 받아들일 ‘청년 뉴딜 일자리’도 만들기로 했다.

18세 이상 39세 이하의 서울 거주 청년 실업자를 대상으로 채용한다. 뉴딜 일자리 임금에는 ‘서울형 생활임금’(시간당 8200원)을 적용할 계획이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