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계(알 낳는 닭) 농가를 중심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피해가 확산하면서 전체 살처분 가금류 마릿수가 2천500만마리를 넘어섰다.

2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0시 현재 AI 여파로 도살 처분됐거나 예정인 가금류 마릿수는 515농가, 2천548만 마리에 달한다.

이 가운데 10마리 중 7마리 이상이 닭이다.

특히 알 낳는 닭인 산란계 농가의 피해가 심각하다.

국내 전체 산란계 사육 규모의 24.3%에 해당하는 1천695만9천 마리가 도살 처분됐다.

번식용 닭인 산란 종계의 경우 사육 규모 대비 42.8%가 사라졌다.

번식용 닭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는 것은 산란계로 키울 병아리도 그만큼 줄게 돼 계란 부족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닭보다 사육 마릿수가 적고 영세한 농가가 대부분인 오리 농가도 타격이 심하다.

전체 사육오리의 23.9%에 해당하는 209만4천 마리가 도살됐다.

의심 신고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들어오면서 AI 신고 건수는 108건으로 늘었고, 이 중 94건이 확진됐다.

확진을 포함해 예방적 도살처분 후 검사 과정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농가를 포함하면 245농가가 AI 양성판정을 받았다.

발생 지역도 8개 시·도, 31개 시·군에 이른다.

농가가 아닌 야생 조류 포획 및 분변 시료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건수는 28건으로, 이 중 한 건은 현재 유행 중인 H5N6형이 아닌 H5N8형으로 확진됐다.

한편, AI 피해가 확산하면서 가금류를 취급하는 외식업소도 적지 않은 손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전국 닭 취급점 46개소, 오리 취급점 48개소 등을 대상으로 표본 조사를 한 결과 AI 발생 한 달 만에 평균 54.8%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외식산업연구원은 "청탁금지법으로 일식·한정식·중식당 매출이 급감하고 일반 음식점까지 피해를 보는 등 악재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계란 대란'까지 벌어져 외식업계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현재까지 고위험군 중 사람 감염자가 한 명도 나오고 있지 않고 우리가 먹는 살코기에는 원인균이 없다는 점 등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정보는 보도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언론은 올바른 정보를 보도하고 정부기관은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방역대책에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요구했다.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sh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