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성금으로 수술 마치고 25일 퇴원…"건강 두 발로 세상에 선다"

"붕대 풀면 친구들이랑 같이 농구시합하고 싶어요."

방과 후 농구부를 이끌고 지역 대회 우승까지 차지했던 A(14)양은 병상에 앉아 종아리부터 발가락 뿌리까지 동여맨 오른쪽 다리를 들어 보이며 활짝 웃었다.

'아빠를 신고해야만 했던 여중생'으로 알려진 A양이 크리스마스인 25일 건강한 두 발로 세상을 딛는다.

A양은 지난 11일 광주 전남대학교병원에서 발등을 뒤덮은 피부조직 덩어리를 떼어내는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성장기가 채 끝나지 않은 A양의 다리 신경이 다칠까 조심스레 진행한 수술은 오전 8시에 시작해 오후 2시를 넘겨서야 끝났다.

완전한 치료는 더 기다려야 한다.

의료진은 경과에 따라 1∼3차례 추가 수술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A양의 딱한 사연은 아빠(43)의 알코올중독과 당뇨합병증을 치료해달라며 올해 3월 112에 신고 전화를 걸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경찰과 구청, 여러 기관의 완곡한 호소에 '우리를 내버려두라'던 A양 아빠는 병원에 입원했다.

A양은 아빠가 나을 때까지 초등 6학년인 남동생과 복지시설에서 지내겠다며 그룹홈에 들어가기를 자처했다.

어린이날을 이틀 앞둔 올해 5월 3일. 아빠 면회를 마친 A양의 어색한 발걸음이 동행한 경찰관 눈에 띄었다.

부어오른 발등은 양말과 신발로 꽁꽁 감췄지만, 8년 전 교통사고로 다친 발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후유증이 내딛는 걸음마다 새겨져 있었다.

10여 년 전 이혼하고 떠난 어머니, 당뇨합병증으로 다리 근육이 말라 집안에서 술 마시고 소리 지르고 화내는 게 일상인 아버지, 자신마저 없으면 진짜 고아가 되고 말 동생.
휴일마다 친구들과 농구를 하는 게 일상의 행복이라는 A양에게 수술비를 마련해달라는 경찰의 호소에 시민 201명이 응답했다.

하루 용돈을 줄인 대학생, 넉넉지 않은 살림에 두어 달 치 생활비를 보낸 주부, 인터넷으로 뉴스를 본 해외 교포 등이 A양 후원계좌로 1천744만5천567원을 부쳤다.

그룹홈 정원 초과로 흩어진 남매는 사정을 알게 된 여고생의 양보로 두 달여 만에 한지붕 아래서 다시 만났다.

경찰은 수개월 동안 전국의 여러 병원을 방문한 끝에 A양 발을 수술해줄 의료진을 찾았다.

수술비는 1회당 300만원 안팎이다.

의료급여 수급대상인 A양은 넉넉한 후원금이 있음에도 "국민이 보내준 성금을 허투루 쓸 수 없다"며 첫날 특실을 나와 5인실 병동에서 지낸다.

배우가 되는 게 꿈이라는 A양.
새로운 '점프볼'을 할 수 있도록 손길을 내밀어 준 이들에게 A양은 귓불까지 빨갛게 물든 미소로 마음을 표시했다.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