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바다의 전설
푸른바다의 전설
SBS는 요즘 잔칫집 분위기다. ‘프라임 타임’으로 불리는 오후 10시대 시청률 전쟁에서 평일과 주말 모두 승기를 잡았다. 지난 12~18일 SBS가 방영한 오후 10시 프로그램 시청률을 합한 수치가 KBS1·2와 MBC 등 지상파 3개 채널의 시청률 총합보다 높을 정도다.

오후 10시는 시청자가 가장 몰리는 시간대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는 TV 광고 요금을 정할 때 시청률을 고려해 시간대마다 등급을 매긴다. 가장 높은 SA등급부터 C등급까지 광고료가 다르다. 평일은 오후 8~12시, 토요일은 오후 7~12시, 일요일은 오후 6시~11시30분이 SA등급에 들어간다. 이 시간대 광고비는 통상 15초당 1300만~1500만원대다.
정글의 법칙
정글의 법칙
스타 내세운 월화·수목드라마

SBS ‘10시 대박’의 선봉장은 평일 드라마다. 스타 배우에게 잘 어울리는 배역을 맡겨 화제를 모으고, 첫 방송부터 기선을 제압하며 동시간대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달 7일 첫 회를 방송한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는 베테랑 배우 한석규가 주인공 김사부 역을 맡았다. 젊은 층에서 특히 인기 있는 배우 서현진과 유연석도 가세했다. 이 드라마는 병원 안의 로맨스와 권력 다툼, 환자들의 에피소드를 아우르며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첫회 9.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한 시청률은 꾸준히 올라 20%를 돌파했다. 지난 20일 방송분은 22.9%를 기록했다.

수목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은 한류스타 전지현과 이민호를 내세웠다. ‘별에서 온 그대’를 쓴 인기 작가 박지은과 SBS ‘간판 PD’인 진혁 PD의 협업작이다. 인어가 뭍으로 나와 천재 사기꾼을 만나게 된다는 독특한 소재를 그렸다. 조연을 맡은 배우 문소리와 성동일이 극에 무게감을 더한다. 지난달 16일 첫 방송부터 16.4%의 높은 시청률로 시작해 비슷한 수치를 이어가며 순항 중이다.

마니아 모은 ‘시즌제 예능’

SBS는 기존 팬층이 두터운 시리즈 프로그램을 프라임 타임 예능으로 배치했다. 출연진이나 배경을 바꾸는 식으로 식상함을 줄였다. 2011년부터 방영 중인 ‘정글의 법칙’(금요일)은 지난달부터 새 시즌인 ‘정글의 법칙 in 동티모르’를 내보내고 있다. 방송인 김병만과 강남 등 이전 시리즈에 여러 번 출연한 이들에다 배우 유인영 등 새 출연진이 합류했다.
K팝스타
K팝스타
음악 오디션 예능인 ‘K팝스타’(일요일)도 2011년부터 방영 중인 장수 프로그램이다. 올해 여섯 번째 시즌을 맞은 이 프로그램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종영을 앞두고 있다. ‘더 라스트 찬스’라는 부제를 달고 기존 시리즈와는 다른 규칙을 만들었다. 프로그램 심사위원들이 운영하는 음악기획사인 YG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 안테나뮤직이 우승자의 음반을 공동 프로듀싱하게 된다. 참가자의 자격 조건도 없애 기획사에 소속된 연습생이나 무명 가수 등에게도 기회를 제공했다.

주말엔 특화 편성 강수로 ‘시청률 쑥’
우리 갑순이
우리 갑순이
전통적인 주말 편성 패턴을 바꾼 전략도 주효했다. SBS는 지난 10월27일 새 편성 방침을 발표했다. 토요일엔 기존 주말드라마를 2회 연속 방송하고, 일요일엔 예능프로그램을 방영하는 게 골자다. 기존의 시청 패턴을 무시하는 지나친 도전이라는 평이 나왔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주말드라마 ‘우리 갑순이’는 바뀐 편성대로 방송이 나간 지난달 5일부터 시청률이 확 뛰었다. 지난 8월27일 시청률 6.8%를 기록한 첫회 이후 내내 8~9%를 오갔던 이 드라마의 시청률은 새 편성 이후 두 자릿수에 진입했다. 지난 17일 방송된 32회와 33회는 16.8%에 달했다. 높아진 인기에 SBS는 최근 기존 50회로 계획했던 이 드라마를 10회 연장 방송하기로 결정했다.

“시청자들의 달라진 주말 시청 패턴을 반영한 것”이라는 게 SBS 편성팀의 설명이다. 편성팀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요즘은 ‘일상 탈출의 토요일’과 ‘재충전의 일요일’로 주말이 나뉜다”며 “토요일엔 비교적 주말 야외활동이 적은 장년층을 위해 드라마를 내보내고, 일요일엔 가족끼리 대화를 나누며 시청하기 좋은 음악예능 프로그램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중과 주말 프라임 타임 시청률 1위에 오른 것은 월화드라마 ‘자이언트’, 수목드라마 ‘대물’, 주말드라마 ‘시크릿 가든’이 이어진 2010년 이후 처음”이라며 “덕분에 오후 9시와 11시 등 근처 시간대 시청률도 오르는 선순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