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고속도로 '죽음의 도로' 오명 벗은 비결은
‘졸면 죽음.’

불과 1년 전까지 ‘광주대구고속도로’(옛 88올림픽고속도로) 갓길에선 이런 안내판을 볼 수 있었다. 운전자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한 형식적인 경고문이 아니다. 이 고속도로 개통 이후 31년간 771명이 목숨을 잃었다. 교통사고 한 건당 사망자를 나타내는 치사율이 43%로 전국 고속도로 평균의 네 배에 달했다.

‘죽음의 고속도로’로 불리던 광주대구고속도로가 대대적인 정비와 보수를 거쳐 안전구역으로 거듭났다. 22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 고속도로가 확장돼 새로 개통된 지난해 12월 이후 1년간 교통사고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 2013년 12명, 2014년 9명, 지난해 11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과 대비된다. 교통사고 부상자도 지난해 42명에서 올해 27명으로 36% 줄었다.

1984년 왕복 2차로로 개통한 광주대구고속도로는 지난해 12월 왕복 4차로로 넓어졌다. 88올림픽고속도로라는 명칭도 바꿨다. 올림픽 유치를 기념하는 이름이었지만 ‘마의 고속도로’라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중앙분리대가 없는 좁은 도로와 소백산맥을 오르내리는 급커브·급경사 구간은 운전자 사이에서 악명이 높았다.

한국도로공사는 대수술을 했다. 중앙선 침범사고를 막기 위해 중앙선 전 구간에 콘크리트 방호벽을 세웠다. 굴곡이 심한 급커브 구간은 직선화했다. 휴게시설도 기존 휴게소 5곳에서 8곳으로, 졸음쉼터는 4곳으로 늘렸다.

사고는 줄고 통행량은 증가했다. 최근 1년간 광주대구고속도로의 양방향 차량 통행은 하루평균 1만4582대로 전년 같은 기간(1만1208대)보다 30.1% 늘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내년에도 국민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더 안전한 고속도로를 만들기 위해 정비·보수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