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AI 역학조사위원회, 중간 역학조사 결과 발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역대 최악의 사태로 치달은 데는 도처에 깔린 방역 허점과 방역 현장의 안이한 인식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중간 역학조사 결과가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 AI 역학조사위원회는 2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백브리핑을 열고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역학조사위원회는 H5N6형 고병원성 AI가 기본적으로 중국에서 넘어온 철새를 통해 유입됐지만 이후 사람, 차량(기구) 등을 통해 농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한 것으로 분석했다.

역학조사위원장인 김재홍 서울대 수의과대학장은 "방역 현장에서 AI 매뉴얼인 SOP가 안 지켜지고 있다"며 "도살처분 인력만 하더라도 철저한 교육이 필요한데 음식점 배달원 등 외부인의 출입관리조차 잘 안 될 정도로 도처에 구멍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산란계 차량 같은 경우에도 계란 중간유통 상인들이 농가를 수시로 드나드는 과정에서 사실상 소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가 현장의 안이한 위기의식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김 교수는 "과거 H5N8형의 경우 고병원성 AI 바이러스임에도 증상이 약해 장기간 끈 측면이 있었다"며 "그러다 보니 농가에서도 AI에 대한 위기의식이 약해진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유입 자체는 철새에 의해 이뤄졌지만 농가 현장에서 당국의 부실한 사후 관리 등 총체적으로 미흡한 대응 탓에 농가로 빠르게 확산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역학조사위는 충북 음성·진천, 경기 포천 등 일부 지역의 경우 사료 차량과 가축운반차량 등을 통한 바이러스 오염을 의심하고 있다.

아울러 시간이 지날수록 기존 방역대 내에서 발생농장이 증가하는 등 방역대의 범위가 점차 확대되는 양상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실제 최초 발생 10일째 15개였던 전국 방역대는 발생 30일을 기준으로 53개로 늘어났다.

역학조사위는 이번 바이러스 전파양상을 볼 때 광범위한 지역이 오염돼 있는 만큼 단편적인 소독보다 광역 소독체계를 도입하는 한편 방역 매뉴얼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적용되도록 방역관의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방역 당국에 권고했다.

도살처분 동원 인력 및 장비 등에 대한 철저한 관리 강화를 비롯해 거점소독시설 역시 강력한 방역관리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축산농가에 대해서는 농가에서 책임의식을 가지고 차단방역에 매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일부 농가에서 예찰이나 검사를 위한 방역관의 진입을 거부하는 등 비협조적인 사례가 보고되고 있는 만큼 방역 당국의 조치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교수는 "가창오리 등 오리류 철새가 전남 지역 등으로 본격적으로 남하하고 있어 발생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어 전남북 지역으로의 농가 차단 방역에 힘써야 한다"며 "정부의 방역 대책은 농가 협조가 없으면 효과를 극대화하기 어려우므로 조기에 퇴치하기 위해 농가와 당국 모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sh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