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 모(34·여) 씨는 최근 AI(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때문에 계란값이 오른다는 기사를 보고 30개짜리 10판을 한꺼번에 구매했다
김 씨는 "계란 한 판 가격이 7천700원이어서 비싸다고 생각해 돌아섰지만 다른 곳에서는 1만 원에 팔고 있었다.

다시 7천700원에 파는 마트로 돌아와서 샀다"고 말했다.

AI 영향으로 계란 공급이 줄고 계란 소매 가격이 오르면서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사재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날 기준 계란(특란) 한판(30개) 당 소매 가격은 6천605원으로 1주일 전(5천954원)보다 11% 상승했다.

도살 처분된 산란계(알을 낳는 닭)가 지난 19일 기준으로 전체 사육 마릿수의 17.8%인 1천243만8천 마리나 되는 탓에 계란 공급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대형마트 매장은 계란 가격을 올리고 판매 수량을 제한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계란 수급 상황이 더 나빠졌기 때문에 오늘부터 불가피하게 계란 판매 수량을 '1인 1판(30알)'으로 제한하고 가격을 10% 인상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도 지난 17일 평균 6% 정도 계란값을 더 올리는 등 대형마트 3사가 2주 동안 계란값을 10%가량 올렸지만, 이후에도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도매가격 수준이 계속 높아지자 마트들이 추가 인상에 나서고 있다.

계란의 경우 일반 가정은 물론이고 대형 식품업체나 외식업체에서도 소비가 많이 되는 품목인 데다 AI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한동안 계란 가격 상승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도살 처분된 산란종계가 전체 사육 마릿수의 38.6%인 32만7천 마리에 달하면서 계란 수급에 더 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산란종계 살처분이 큰 문제"라며 "병아리가 닭이 돼서 알을 낳을 수 있게 되기까지의 기간을 생각하면 적어도 6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의 산란종계 살처분이 6개월 뒤 계란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농촌경제연구원도 내년 상반기까지 계란 가격이 지금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AI 여파로 닭고기 소비가 줄면서 생닭 가격은 오히려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닭고기(도계) 1㎏당 소매 가격은 19일 기준 5천137원으로 평년 같은기간 (5천420원)보다는 물론이고 작년 같은기간 (5천166원)보다도 낮다.

육계 농가에선 AI가 발생하지 않아 생닭의 경우 AI 영향이 거의 없지만, AI에 대한 소비자 우려나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닭고기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닭고기 매출도 줄어 이마트에서는 이번 달 들어 AI로 인한 피해가 본격적으로 확산하면서 지난 15일까지 15.4% 감소했다.

정부는 계란 수급 안정을 위해 항공으로 계란을 수입하고 산란계를 수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계란을 수입한 사례는 거의 없었지만 AI로 계란 수급 차질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내린 조치다.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은 "AI 발생국으로부터는 산란용 닭이나 계란 수입이 불가하므로 현재 시점에서는 미국, 캐나다, 스페인,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수입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AI 확산 정도와 계란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해 관계부처와 협의해 수입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dy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