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경찰 총경 인사 살펴보니…경찰대 출신 줄고 일선 형사과 '홀대'
이철성 경찰청장 취임 이후 지난 5일 난 첫 총경 인사에 대해 일선 경찰서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승진에서 대거 누락된 서울지역 형사 담당 경찰관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16일 경찰청에 따르면 서울 31개 경찰서 가운데 총경으로 승진한 형사과장을 배출한 곳은 송파서 한 곳뿐이다. 전국 142개 경찰서를 놓고 봐도 유일하다. 일선 경찰서 형사 담당 경찰관들이 큰 상실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송파·수서·서초서 등 서울 지역 핵심 경찰서의 형사과장 가운데 2~3명은 총경으로 승진했었다. 치안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강도·살인·강간 등 형사 사건으로 고생하는 경찰관을 보상해준다는 차원에서다. 한 경찰 관계자는 “강남권에는 올해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등 굵직한 사건이 많았다”며 “형사과장들이 1년 내내 험한 사건을 맡아 고생했는데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인식이 많다”고 전했다.

강남, 수서, 서초서 형사과장들이 경찰대 출신이어서 승진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조창배 경정(강남서), 박동훈 경정(수서서), 한증섭 경정(서초서)은 모두 경찰대 8기 동기다. 총경으로 승진한 송파서 형사과장은 간부후보생 출신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해당 경찰서 형사과장이 승진하지 못한 것은 경찰대 비중을 줄이겠다는 지도부의 인사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청장이 간부후보생 출신인 데다 수사팀 경험이 없어 형사를 홀대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번 총경 승진자 가운데 경찰대 출신은 눈에 띄게 줄었다. 승진자 86명 중 경찰대 출신은 37명(약 43.0%)으로 지난해(86명 중 42명·48.8%)보다 5명 줄었다. 간부후보생 출신은 19명(약 22.1%)에서 27명(31.4%)으로 대폭 늘었다. 한해 경찰대는 100명, 간부후보생은 50명 가량을 배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수당 총경 승진자 비중은 간부후보생 출신(54%)이 경찰대 출신(37%)을 압도한다.

반면 생활안전과장은 약진했다. 서울 31개 경찰서 가운데 수서·강남·강서·송파·광진서 등 5곳의 생활안전과장이 총경으로 승진했다. 이들 가운데 수서서 생활안전과장을 지낸 한상오 총경(경찰대 7기)을 제외하면 모두 간부후보생이나 순경공채 출신이다. 이들은 대부분 10년차 경정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생활안전과에서 5명이나 승진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강력사건이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든 가운데 여성안심귀가 서비스를 시행하는 등 생활안전과가 범죄 예방 측면에서 기여했다고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인사 불만이 일자 경찰은 14일 서울지역 경찰서 형사과장과 형사팀장을 대상으로 화상회의를 열고 진화에 나섰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서울지방경찰청 형사부장은 “형사들 고생하는 것을 왜 모르겠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형사과 소속 경찰은 “화상회의 이후에도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예년보다 총경 인사가 한 달 앞당겨지면서 일선 경찰서에선 경감 이하 인사를 놓고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