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속성 100만원…유치원생까지 '코딩' 열풍
대구의 E유치원은 이달 초 영어로 코딩 수업을 가르치는 과정을 신설했다. E유치원 부원장은 “코딩 자격증을 갖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직접 코딩 교육을 한다는 그가 가진 자격증은 한국창의교육개발원이 발행한 ‘코드크리에이터 4급’. 생긴 지 2년도 안 된 신생 자격증인 데다 4급은 초등학생들이 응시하는 수준이다. 전국으로 번지고 있는 조기 코딩 교육 열풍의 현주소다.

12일 교육업계에 따르면 강남, 목동 등 서울의 ‘교육 1번지’에서 성행하던 코딩 사교육이 최근 지방 대도시로 퍼지고 있다. 경기 의정부시의 한 초등학교 교사(26)는 “학구열이 높지 않은 의정부에도 학원에서 코딩을 배우는 학생들이 한 반에 2~3명은 된다”고 말했다. 대구의 M컴퓨터학원이 얼마 전 학부모를 대상으로 연 코딩 교육 설명회는 신청자가 몰려 조기 마감되기도 했다.

학원 수강료도 치솟고 있다. 단기 속성 과정에 100만원을 훌쩍 넘는 곳이 나올 정도다. 서울 서초동 S코딩영재스쿨의 겨울특강 수강료는 4일(하루 6~7시간)에 30만원이다.

코딩 강사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고등학교 교사 최모씨(31)는 컴퓨터교육과 졸업 후 6년간 삼성에서 일하다가 지난해부터 정보·컴퓨터 교사로 변신했다. 코딩 강사 양성학원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E평생교육원’은 원래 한국사, 독서논술, 영어 지도자를 양성하는 단체지만 올해 ‘코딩 지도자 양성 과정’을 개설했다. 교육원 관계자는 “내년에 자격증 과정으로 전환할 계획”이라며 “강좌 단가가 올해는 한 달에 20만원 수준이지만 내년엔 71만원으로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속성으로 생기다 보니 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존 컴퓨터 수업에 ‘코딩’이란 단어만 붙인 수준이다. 서울 대치동의 G코딩학원 관계자는 “대부분 코딩 강사는 컴퓨터 관련 전공을 하지 않은 비전문가”라고 지적했다.

코딩 사교육 시장 급팽창은 정부의 코딩 교육 의무화 발표가 촉발제가 됐다. 교육부가 내놓은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엔 소프트웨어 교육(코딩 교육)을 2018년부터 전국 초·중·고교에 의무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대학들의 입시 계획도 코딩 교육 열풍에 한몫했다. 한양대 KAIST 고려대 성균관대 등 14개 학교는 2018년 입시에서 ‘소프트웨어 특기자’를 선발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공교육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코딩 교육 의무화 계획을 발표하다 보니 사교육 시장만 키워준 꼴이라고 비판했다. 김재현 성균관대 컴퓨터교육과 교수는 “코딩 교육이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데 중요하지만 학원에서 단순히 기술만 익혔다가는 아이를 ‘코딩기계’로 전락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각에선 IT 영재를 조기에 발굴하기 위한 교육은 글로벌 추세라는 반론도 나온다.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정부는 지난해부터 부랴부랴 정보·컴퓨터 과목의 교원 선발 인원을 늘렸다.

■ 코딩

C언어, 자바 등 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은 퍼즐이나 블록 맞추기 등 게임 방식을 이용해 컴퓨터 프로그래밍 원리를 배운다.

배정철/구은서/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