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구명로비·탈세' 유죄 인정…법무법인도 벌금 1천만원
"공직자 로비 통한 문제 해결 만연하면 적법절차 외면 우려"


정운호(51)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서 각종 청탁 명목으로 뒷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검사장 출신 홍만표(57) 변호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도형 부장판사)는 9일 변호사법과 특가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홍 변호사에게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년의 실형과 추징금 5억원을 선고했다.

범죄 행위자와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기소된 법무법인에는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홍 변호사가 작년 8월 검찰에서 상습 도박 혐의로 수사받던 정씨에게서 수사 무마 등의 청탁과 함께 3억원을 받은 부분을 "몰래 변론"으로 규정했다.

재판부는 "선임계를 내지 않고 수사 관계자를 만나는 건 법이 금지하는 활동"이라며 "정상적인 변호 활동이 아니라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로서 부적절한 만남, 사적 친분을 이용한 접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3억원에 변호사비의 대가도 일부 포함됐다고 인정은 했다.

하지만 "연고 관계나 친분을 이용해 수사확대나 구속을 피하게 해달라는 청탁 명목의 대가가 불가분하게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 변호사의 행위는 "일반인들로 하여금 정당한 수사나 재판 결과도 부당한 영향력의 왜곡된 성과인 것처럼 잘못 인식하게 해 형사사법 전반에 대한 신뢰를 실추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특히 홍 변호사가 정씨에게 '추가 수사는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낸 것을 꼬집으며 "수사단계에서의 형사사법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히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상습도박 수사 당시엔 정씨에게 횡령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다가 올해 '정운호 게이트'가 터지면서 추가 수사를 거쳐 기소된 점을 별도로 언급하기도 했다.

홍 변호사가 개업 직후인 2011년 9월 정씨 측에서 받은 2억원도 "서울메트로 매장 사업과 관련한 공무원 청탁 대가 성격이 분명히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홍 변호사의 주장처럼 개업축하금이나 제3자의 형사사건 변호사비 명목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2억원을 줄 당시 정씨가 수백억원을 투자한 매장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던 점, 돈을 건넨 이후 정씨 측 인사들이 홍 변호사를 찾아가 매장 사업에 관한 구체적인 브리핑을 하고 홍 변호사도 당시 서울메트로 김익환 사장을 만나 로비를 시도했던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이런 범행은 서울메트로가 수행한 공공사업뿐 아니라 공직자들의 공공성, 청렴성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훼손하는 것으로 죄질이 나쁘다"고 말했다.

이어 "이해 당사자들 간의 문제를 공직자 로비를 통해 불법적으로 해결하려는 풍조가 사회에 만연하면 적법절차를 통한 분쟁해결 방식이 외면당할 우려가 크다"고도 지적했다.

2011년 9월부터 작년 12월까지 수임 내역 미신고나 축소 신고 등으로 세금 15억여원을 내지 않았다는 공소사실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포탈 세액을 13억원으로 수정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