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평통사 손든 판결에 불복했지만 또 패소

미국 대사관 앞이라도 평화 집회라면 집회를 허용해야 한다고 법원이 거듭 확인했다.

서울고법 행정4부(조경란 부장판사)는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 종로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옥외집회 금지통고 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처럼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1심 판단이 정당하다"며 종로경찰서장의 항소를 기각했다.

평통사는 지난해 11월 미 대사관에서 50여m 떨어진 광화문 KT앞 인도에서 '193차 자주통일평화행동' 집회를 열겠다고 종로경찰서에 신고했지만 경찰에서 금지통고를 받았다.

경찰은 집회 장소 금지 규정을 둔 집시법 11조를 근거로 삼았다.

집시법 11조는 최근 이슈가 된 대통령 관저를 비롯해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 숙소의 경계지점에서 100m 이내 장소에서는 옥외집회나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해당 외교기관을 대상으로 하지 않거나 대규모 집회나 시위로 확산할 우려가 없는 경우, 외교기관의 업무가 없는 휴일인 경우엔 100m 이내라도 허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집회 장소가 미 대사관에서 100m 이내인 데다, 평통사가 6자 회담 재개 등을 주장하며 미국 비판 활동을 해 온 만큼 집회 대상도 미 대사관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평통사가 매달 같은 장소에서 집회했지만 매번 50명 내외의 인원이 참가해 피켓시위나 율동을 하는 수준에 그쳤고, 일반 대중이 합세해 대규모 시위로 확대되거나 폭력 시위로 변질된 적이 없었다"며 경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평통사가 신고한 지점에서 집회가 열린다 해도 대규모 집회·시위로 확산할 우려나 외교기관의 기능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집회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