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국민에게 '사법 불신' 피해 끼쳐…사법절차 농단"

현직 부장판사에게 사건을 잘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건네고100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 검찰이 징역 7년을구형했다.

검찰은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남성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씨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정씨가) 법조계 신뢰를 하락시켰을 뿐 아니라 일반 국민에게 사법 불신이라는 막대한 피해를 줬다"면서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정씨의 범행은 수사와 재판 등 법치국가의 근간이 되는 사법절차를 향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게 무너뜨렸다"며 "형사 사법절차를 농단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씨는 '형제 같은 친분 때문에 이익을 제공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등 잘못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향후 사업 일선에 다시 복귀하면 같은 행동을 저지르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정씨는 "경제적으로는 큰 성공을 거뒀지만 자신을 관리하지 못해 많은 사람에게 피해와 고통을 안겨줬다"며 "투자자들과 800여개 대리점 사장들에게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일으켜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 "이 자리에 서 있는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고, 새 기회가 주어진다면 사회의 약자를 돕고 화장품 업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성실하게 살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정씨의 변호인은 정씨가 김수천(57·구속기소) 부장판사에게 금품을 건넨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직무 관련성 없이 선의로 준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정씨는 2014∼2015년 각종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김 부장판사에게 총 1억5천여만원에 달하는 금품을 제공한 혐의(뇌물공여)를 받는다.

자신이 고소한 사건을 수사하는 데 편의를 봐 달라는 청탁과 함께 지난해 2∼6월 서울중앙지검 조사과에서 근무하던 수사관 김모(구속기소)씨에게 총 2억2천500만원을 건넨 혐의도 있다.

이 밖에도 정씨는 지난해 네이처리퍼블릭 자금 18억원과 자회사 에스케이월드 자금 90억원 등 회삿돈 108억원을 빼돌리고 2010년 회사 소유인 35억원 상당의 호텔 건물 2개층 전세권을 개인 명의로 넘겨받은 것으로 조사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가 적용됐다.

100억원대 원정도박 혐의로 기소돼 징역 8개월을 확정받고 복역한 정씨는 부장판사 출신인 최유정(46·구속기소) 변호사에게 보석을 대가로 수십억원의 수임료를 건넨 사실이 알려져 법조계 전방위 로비 의혹이 불거졌다.

정씨의 선고 공판은 내년 1월 13일 오전 10시 30분이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