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의원 원장인 이문주 신부(왼쪽)가 요셉의원 앞에서 신완식 의무원장과 활짝 웃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요셉의원 원장인 이문주 신부(왼쪽)가 요셉의원 앞에서 신완식 의무원장과 활짝 웃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왜 병원 이름이 요셉이냐고요? 성 요셉이 예수님의 아버지이시자 노동자의 수호성인이거든요. 재활과 자립을 꿈꾸는 노숙자들과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쪽방촌 주민들을 대가 없이 진료하는 우리 병원의 정신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죠. 초대 원장이신 고(故) 선우경식 선생님의 세례명도 요셉이고요.”

‘빈자(貧者)를 위한 병원’으로 잘 알려진 요셉의원의 이문주 원장 신부(80)는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역 인근 요셉의원에서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날 찾아간 시간은 마침 점심시간이었다. 영등포역 왼편 뒷골목인 이곳에선 무료 급식을 받으려는 사람들,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소주와 담배, 오래된 옷에서 나는 특유의 찌든 냄새 등 여러 가지 냄새가 훅 밀려 왔다. 1987년 서울 신림동에서 처음 문을 연 요셉의원은 1997년부터 이곳에 터를 잡아 지금까지 의료 봉사를 펼쳐오고 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25일 아산사회복지재단에서 주는 아산상 대상을 받았다.

길고 흰 수염이 인상적인 이 원장은 “처음에 아산상 후보가 됐다는 연락을 받고 어리둥절했는데, 꼼꼼하고 열정적인 심사단을 보고 ‘아, 이게 그냥 상은 아닌가 보다’고 생각했다”며 “이 상은 우리 병원을 여기까지 오게 해 준 자원봉사자 2000여명과 후원자 8000여명이 함께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1987년 처음 요셉병원이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연간 자원봉사자 수가 600명이 채 안 됐어요. 그런데 이젠 연간 기준 자원봉사자가 2000명을 넘습니다. 그렇게 병원을 지켜왔다는 게 자랑스러울 따름입니다.”

1962년 사제 서품을 받은 이 원장은 1972년부터 2년간 독일 프라이부르크대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했고, 1979년 서울성모병원 원목(院牧) 신부로 일하다가 고 선우 원장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선우 원장은 당시 갓 미국 유학을 마치고 온 촉망받는 내과 의사였는데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병원을 만들고 싶다’고 하니 주위 사람들이 그를 많이 비웃었다”며 “그 고민을 털어놓는 과정에서 뜻을 함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요셉의원엔 내과와 외과, 치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15개 진료 과목이 있다.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서 제외됐거나, 차상위 계층, 노숙자 및 행려자 등이 진료 대상이다. 이 원장은 “나를 비롯해 신완식 의무원장, 각 의료진 모두 돈을 전혀 받지 않고 일한다”며 “개업의나 종합병원 의사로 근무하는 의사들은 각자 일정이 끝난 뒤 곧바로 온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내과 환자가 제일 많습니다. 끼니도 불규칙하고,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너무 많아서요.”

그는 “한국 사회엔 재기를 위한 ‘중간 발판’이 없다”며 “치료받은 뒤 새 직장을 찾으려다 결국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탄했다. 아울러 “우리 병원이 그런 발판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