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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지구 점포 839곳 모두 타…건물 완전 붕괴 위험
소방관 2명 부상…4지구 번영회 최대 76억원 보험 가입


대구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출동한 소방관 2명이 다치고 불이 난 상가건물이 거의 다 탔다.

◇ 순식간에 4층 건물로 확산

대구시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4지구 상가에서 불이 난 시간은 30일 오전 2시 8분께다.

4지구는 서문시장 6개 지구 상가 가운데 하나다.

의류, 침구, 커튼 등을 파는 상가가 많다.

상가 1층에서 시작한 불은 4층 건물 전체로 확산했다.

1976년 건립한 낡은 건물인 데다가 타기 쉬운 물질이 많아 불이 순식간에 퍼졌다.

상인이 대부분 퇴근하고 없는 시간에 불이 나 지금까지 인명 피해는 없다.

화재 당시 건물에는 경비원 2명이 있었으나 옥상으로 대피해 구조됐다.

다만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장모(47) 소방위와 최모(36) 소방사가 다쳤다.

◇ 일부 건물 무너져…전체 붕괴 가능성도

불이 난 지 12시간이 넘도록 불은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오전 8시 50분께 4지구 가건물 일부가 무너졌다.

대구시와 시소방본부는 4지구 상가 839곳 모두 탔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상가건물이 완전히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소방본부는 시장 주변에 방화 차단선을 설치해 시민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주변으로 번지지 않도록 불을 끄고 있으나 의류 상가가 많아서 완전 진화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 섬유류 쌓여 초기 진화 실패

소방당국은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서 바로 출동했다.

서문시장 안에 있는 대신소방파출소 소방관은 신고 후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그런데도 불을 초기에 끄는 데 실패했다.

내부에 불길을 차단할 방화벽 역할을 하는 구조물이 없고 강한 불길과 열기, 유독성 가스로 진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불이 난 뒤 서문시장 주변에 연기가 자욱할 뿐만 아니라 대구 전역에서 타는 냄새가 난다는 시민 신고가 잇따랐다.

건물 사이 통로도 좁아 소방차 진입도 어려웠다고 소방본부는 설명했다.

이 때문에 날이 밝을 때까지 소방차 97대와 인력 750명을 투입하고 소방헬기까지 동원해 공중에서 물을 뿌렸으나 진화가 더뎠다.

화재 규모가 커지자 시소방본부는 소방본부장이 지휘하는 비상대응2단계를 발령했다.

불이 나자 권영진 대구시장은 현장에 나와 지휘했고 재난안전실 직원을 비상소집했다.

◇ 발화지점은 어디…진술 엇갈려

현재까지 발화지점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상가 내 1지구와 4지구 사이 점포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시장 야간경비 관계자는 "오전 2시 조금 넘어서 바람 쐬려고 바깥을 보니 4지구 1층에서 연기가 나고 불이 벌겋게 올라왔다.폭발음은 없었다"고 말했다.

서문시장상가연합회 김영오 회장은 "노점 가스가 터져 불이 4지구 안쪽으로 번졌다는 이야기도 있고 내부에서 불이 났다는 말도 있어 발화지점이 엇갈린다"고 했다.

◇ 경찰 화재 원인 조사 착수

경찰은 진화를 마무리하는 대로 화재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불이 완전히 꺼지는 대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기안전공사, 가스안전공사 등과 합동으로 현장감식을 벌인다.

이와 함께 4지구 안팎에 화재방지용으로 설치한 폐쇄회로(CC)TV 영상 복원에도 나설 예정이다.

경찰은 발화지점을 찾고자 우선 시장 경비원을 상대로 1차 조사했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는지를 놓고 소방당국과 상인 의견이 엇갈린 점도 조사한다.

소방당국은 스프링클러 수조 48t의 물 가운데 1t만 남은 점으로 미뤄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한 것으로 추정했다.

소방 관계자는 "상가 내부에 이불 등 인화성이 강한 섬유재질 제품이 많아 번지는 불길을 잡는 데 부족했던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인들은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진 점으로 봤을 때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 "보험 가입하지 않았는데"…낙심에 빠진 상인

4지구 상인들은 화마가 덮친 상가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상인 최모(72)씨는 "2005년 2지구에서 불이 난 뒤 4지구로 이사를 왔는데 또 불이 났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황모(54·여)씨는 "사위가 등산복을 파는데 어제 6천만원 어치 물건을 새로 가져다 놨다"며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전모(62·여)씨는 "집에 돌아가도 다시 시장에 나오고 싶고, 나와도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서문시장 4지구 번영회는 최대 76억원을 보상받을 수 있는 화재보험에 가입한 상태다.

그러나 보상은 건물 피해에 한정된다.

시장 관계자는 그동안 크고 작은 화재로 보험료가 올라 상인 대부분이 개별적으로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밝혀 불에 탄 점포 내부 자산 피해는 상인들이 떠안아야 할 처지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오전 서문시장을 찾아 "특별재난지역 선포 여부를 포함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지자체 등과 협의해 응급 복구 등 후속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시장을 찾은 데 이어 같은당 문재인 전 대표도 이날 저녁 방문해 상인을 위로하기로 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를 비롯해 윤재옥, 유승민, 조원진, 김상훈, 곽상도, 정종섭, 정태옥, 곽대훈 의원도 방문한다.

◇ 조선 3대 시장…툭하면 화재

서문시장은 조선 중기부터 형성돼 평양장, 강경장 등과 함께 조선 3대 시장의 하나로 꼽혔다.

근대적인 면모를 갖추고 공설시장으로 개설 허가를 받은 것은 1922년이다
대구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통시장으로 건물 전체 면적은 9만3천㎡다.

1·2·4·5지구와 동산상가, 건해물상가 등 6개 지구로 점포 4천622개가 있다.

2005년 12월 29일에 2지구 상가에서 큰불이 나 상인 1천여명이 터전을 잃고 600여억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1960년과 1961년, 1967년, 1975년에 잇따라 큰불이 났다.

(대구연합뉴스) 손대성 최수호 김선형 기자 sds123@yna.co.kr, suho@yna.co.kr, sunhy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