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첫 현직 대통령 조사 예상…역대 최대 105명 투입해 새 판짜기
우병우·김기춘 '직무유기·직권남용'·'세월호 7시간'도 수사할 듯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씨의 국정 농단 의혹을 규명할 특별검사 임명이 다가오면서 역대 최대 규모로 꾸려질 '슈퍼 특검팀'의 유례없는 현직 대통령 수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앞서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을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청와대 문건 유출 등 핵심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공무비밀누설 혐의 피의자로 규정해 일단 '큰 그림'을 그려놓았다.

이런 가운데 특검이 향후 수사에서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규명하는 성과를 올릴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 '슈퍼 특검'…최대 105명 '매머드급'

30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2일까지는 야 3당이 추천한 조승식, 박영수 변호사 가운데 한 명을 특검에 임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검법 조항으로는 박 대통령이 국회 추천 후 3일 안에 특검을 임명한다.

그러나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전날 "가급적 빨리 임명한다는 입장"이라고 언급해 임명 시한까지 시간을 끌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순실 특검법'에는 특검이 20일 동안 사무실 마련, 수사 인력 임명 등 준비 절차를 마무리하고 나서 그 다음 날부터 수사를 진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여야가 이달 14일 특검법에 합의하면서 준비 기간에 수사할 수 있다는 데 합의함에 따라 특검이 준비 기간에도 수사에 돌입할 수는 있다.

이렇게 보면, 특검이 이론상 준비 기간 20일, 본조사 70일, 연장 조사 30일 등 최장 120일간 수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순실 특검'은 수사 기간, 규모 등 여러 면에서 역대 특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수사 여건이라는 평가가 많다.

준비 기간을 뺀 정식 수사 기간만 100일에 달하는데 이는 2007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의 'BBK 의혹'을 수사한 정호영 특검팀에게 주어진 40일의 배가 넘는다.

인력 면에서도 특검 본인 외에 차장검사급 예우를 받는 특검보 4명, 파견 검사 20명, 변호사 등으로 구성되는 특별수사관 40명, 검찰 수사관과 경찰관 등 파견 공무원 40명을 데려올 수 있어 전체 수사인력은 최대 105명에 달한다.

게다가 여대야소 국면에서 현직 대통령을 엄정히 수사하라는 여론이 비등해 수사 외적 환경에서도 역대 어느 특검보다 '힘 받는' 특검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 대통령 '뇌물 혐의' 규명 총력…숙제 '산적'

특검의 공식 명칭은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다.

이달 특검법 통과 당시만 해도 최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기소하기 전이어서 특검 명칭과 수사 대상은 '최순실 의혹'에 무게가 다소 실려 있었다.

그러나 검찰이 최씨 등을 기소하면서 박 대통령을 최씨,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이 저지른 범행의 '공동정범'으로 규정했고 현직 대통령을 헌정 처음으로 피의자로 입건하면서 수사의 초점은 대통령에게 맞춰질 전망이다.

이런 맥락에서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최순실 특검'이 아니라 '박근혜 특검'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최씨 공소장에는 "피고인 최서원, 피고인 안종범, 대통령의 공모 범행'이라는 표현이 적시됐고, 미르·K스포츠재단의 강제 모금 의혹과 최씨 이권 챙기기 행보와 관련된 박 대통령의 지시 내용도 구체적으로 기술됐다.

박 대통령이 검찰 대면 조사에 불응해 특검은 현직 대통령 조사라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박 대통령은 29일 대국민 담화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해왔다"면서 "단 한 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며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검찰이 직권남용과 강요 혐의를 넘어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수사에 시동을 건 상황에서 법적 책임을 피해가기 위한 방어막을 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제3자 뇌물수수죄는 공무원에 대한 '부정한 청탁'이 담보돼야 적용이 가능한데 대통령이 최씨의 사익 챙기기를 결과적으로 도왔을 수는 있지만, 범죄 의도는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검은 수사를 통해 박 대통령이 최씨에게 이익을 줄 의도가 있었는지, 미르·K스포츠재단의 강제 모금에 관여하고 각종 이권 챙기기를 지원했는지 등을 규명해야 한다.

검찰 수사에서 본궤도에 오르지 못한 김기춘 전 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최순실씨 국정농단 방조·비호 의혹도 특검에서 사실상 본격 수사가 진행된다.

특히 우 전 수석이 민정비서관에 임명된 후인 2014년 여름 최씨, 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과 함께 골프를 쳤다고 차은택씨가 변호인을 통해 폭로해 우 전 수석의 청와대 입성에 최씨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됐다.

게다가 차씨가 최씨 지시를 받고 김 전 실장을 공관에서 만났다고 주장해 최씨를 모른다던 김 전 실장의 기존 발언에도 의구심이 커졌다.

아울러 박 대통령의 대리처방 의혹은 세월호 사고 당시 대통령의 행방을 둘러싼 '7시간 의혹'과 맞물려 향후 특검에서 커다란 폭발력을 가진 사안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특검법은 의사 김영재씨의 해외 진출 지원 등에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는지를 수사 대상으로 규정했다.

다만 특검법 수사 대상인 일련의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을 수사할 수 있다는 별도 조항이 있어 특검이 김씨 수사를 고리로 세월호 당시 박 대통령의 행적 수사를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