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주 서울아산병원 박사 포함 국제공동연구진 '네이처'에 발표

에너지를 만드는 세포 기관인 미토콘드리아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다면 중추신경계와 심장, 근육, 눈 등에 이상이 생기고 사망하게 된다.

미토콘드리아는 엄마에서 자녀로 전달되기 때문에 결함이 있는 미토콘드리아를 가진 여성이라면 이런 질환을 가진 아이를 낳을 수 있다.

과학자들은 결함을 가진 미토콘드리아를 가진 여성의 난자에서 핵만 꺼내 핵을 제거한 다른 여성의 난자에 집어넣어 유전병을 막는 법을 제안했다.

이른바 '세 부모 체외수정'으로 잘 알려진 미토콘드리아 치환술이다.

최근 이 기술이 실제 유전병을 막을 수 있음을 입증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의료진이 멕시코에서 시술해 올 4월 건강한 아기를 태어나게 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지만, 논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은주 서울아산병원 생명과학연구원 줄기세포센터 박사와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 교수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30일 자(현지 시간)에 발표했다.

미탈리포프 교수는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복제하는 데 성공한 줄기세포 분야의 석학이다.

연구진은 미토콘드리아 결함을 가진 여성 3명과 이상이 없는 여성 11명에게서 각각 난자를 기증받아 미토콘드리아 치환술로 총 18개의 줄기세포를 얻었다.

이 중 15개 세포 속에는 치환된 미토콘드리아가 제대로 자리 잡는 것으로 나타났다.

3개는 기존의 결함 있는 미토콘드리아로 전환됐지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그 원인을 밝혀냈다.

시술 과정 중 핵을 따라 결함이 있는 미토콘드리아가 1% 정도 들어가는데, 어떤 난자의 경우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제치고 결함이 있는 미토콘드리아가 더 많이 증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특정 유전자를 가진 미토콘드리아가 더 잘 증식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더 잘 증식하는 미토콘드리아 유형을 가진 난자를 찾아서 치환술에 쓰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은주 박사에 따르면 미토콘드리아 결함으로 인한 유전 질환을 가진 아이가 미국에서는 매년 700∼800명 정도 태어나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새로 확인되는 환자는 매년 15명 정도다.

그는 "이번 연구에서 모계 미토콘드리아가 다시 재생되는 과정을 밝혀낸 만큼 체외에서 줄기세포와 실험동물모델을 이용한 연구를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시험관아기 시술과 매우 유사한 이 기술을 통해 미토콘드리아 질환 가족들이 건강한 아이를 얻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