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철 의원 독대 후 부실 기업에 490억원대 부당대출 지시
한성기업서 1억원대 금품 수수…"산은에 수억원 선물세트 구매 지시"

대우조선해양 경영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28일 강만수(71) 전 산업은행장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강 전 행장에게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뇌물수수, 제3자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행장은 산업은행장 재직하던 2012년 새누리당 원유철(54) 의원과 독대 후 원 의원 지역구인 경기 평택의 한 플랜트 설비업체인 W사에 490억원대 부당 대출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애초 W사는 낮은 신용등급을 이유로 산은으로부터 대출 불가 통보를 받았지만 실무진의 반대에도 강 전 행장의 지시로 부당 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박길배 부장검사)는 W사 대표 박모씨로부터 수천만원을 받고 대출을 도와준 혐의(알선수재)로 원 의원 보좌관 권모씨를 구속 기소했다.

원 의원에 대해서는 지역구 기업의 민원 해소 차원에서 강 전 행장을 만난 것으로 보고 무혐의 처분했다.

이와 관련해 특수단은 지난달 20일 산업은행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이달 25일 강 전 행장을 재소환해 구체적인 혐의를 확인했다.

강 전 핸장은 이명박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에 오른 2008년 이후 고교 동창 임우근(68) 회장이 경영하는 한성기업 측으로부터 1억원대 뇌물성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 한성기업 고문 자격으로 해외여행비와 골프 비용, 사무실 운영비 등을 간접 지원받은 것 등을 합치면 강 전 행장이 한성기업 측으로부터 받은 금품은 1억5천만원 상당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영장 기각 후 보완수사를 통해 강 전 행장이 한성기업 측으로부터 수도권 소재 골프장 회원권을 받아 10여 년간 사용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회원권은 한성기업 계열사 명의로 돼 있었으나 실제로는 강 전 행장이 전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행장은 산업은행장으로 있던 2011∼2013년 당시 정·관계와 거래처 등에 돌릴 명절용 선물로 한성기업 제품을 쓰도록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성기업이 강 전 행장의 도움으로 산업은행과 산하 기관에 수억원대 선물세트를 납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 역시 이 같은 정황을 포착하고 두 사람이 고교 동창으로서 순수한 친분을 넘어 '주고받기'식 거래를 계속해온 사례로 인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성기업이 강 전 행장 덕분에 선물세트를 판매해 수억원어치의 매출을 올렸다"며 "선물 대상에 정·관계 인사들이 포진해 회사의 기업 인지도가 상승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전 행장은 고교를 졸업하고 임 회장과 연락이 끊겼지만, 재무부 과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임 회장 사업에 도움을 주며 친분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두 사람의 관계가 단순한 동창 사이가 아니라 '스폰서'와 공직자 사이였던 것은 아닌지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산업은행이 2011년 한성기업에 총 240억원대 특혜성 대출을 해 준 과정에서 이뤄진 신용등급 조작과 부실한 대출심사 등 위법 과정에 강 전 행장이 개입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강 전 행장이 산업은행장으로 재직하면서 대우조선해양과 산은 자회사에서 수천만원을 받은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강 전 행장은 산업은행 자회사인 대우조선이 지인 김모(구속기소)씨의 바이오 업체 B사에 거액을 투자하도록 하고, 대우조선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종친 강모씨의 중소건설사 W사에 50억여원의 일감을 주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도 있다.

앞서 검찰은 9월 21일 뇌물수수 등 혐의로 강 전 행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주요 범죄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등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30일께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결정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고동욱 기자 bo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