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중요치 않다…나 같은 사람 100만 넘을 것"

사건팀 =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5차 범국민대회가 열린 26일은 서울에 올해 첫눈이 내린 날이었다.

아침 최저기온이 0도, 낮 최고기온도 영상 3도에 불과했던 이날도 종로구 촛불집회 현장인 광화문광장에는 촛불이 꺼지지 않았다.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한 이날 정오께부터 광장에 모인 참가자들은 다들 두꺼운 패딩 등 방한복을 입은 채였지만 사전집회·행진에 이어 본집회가 시작될 때까지 집회 장소를 떠나지 않았다.

머리에는 털모자, 목에는 목도리나 '넥워머'를 착용하고 여성들은 어그 부츠를, 남성들은 등산화를 신는 등 중무장한 시민이 많았다.

애견에 패딩을 입혀 데리고 나온 애견인들도 있었다.

추위 속에서도 이들은 털장갑을 비롯해 장갑을 낀 손으로 저마다 양초 촛불이나 LED 촛불을 들었다.

이날 오후 1시 서울광장에서 열린 '2차 시민평의회' 사회자는 오히려 눈이 내리는 것을 언급하면서 "'하야 눈'이 내리고 있다"고 발언하는 등 오히려 눈을 이용해 집회 참석자들의 사기와 힘을 북돋으려는 모습도 보였다.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도 오후 2시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열린 전국변호사비상시국모임에서 "결의대회를 기념해 첫눈이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눈이 가장 강하게 내린 오후 2∼4시께에는 참가자들 대부분이 우산을 쓰거나 1회용 비닐 비옷을 입었다.

내린 눈이 녹아 땅바닥이 젖은 탓에 참가자들 대부분이 등산용 간이방석을 깔고 앉았다.

현장에서 나눠준 유인물 등을 방석 대용으로 이용한 이전 집회와 달라진 모습이었다.

눈과 추위로 비옷과 방석, 핫팩 등을 파는 상인들도 늘었다.

비옷은 장당 2천원, 방석은 1천원이었다.

비옷은 많이 팔렸지만 방석은 대부분 이전 집회 과정에서 구입한 것을 가지고 나온 탓인지 장사가 신통치 않은 모습이었다.

집회 현장 인근 편의점은 핫팩과 뜨거운 캔 커피를 구매하려는 집회 참가자들로 북적였다.

추워진 날씨를 반영한 듯 이전에는 오후 늦게 나와 장사를 시작했던 어묵 등 트럭 분식도 이날은 대낮부터 나왔다.

참가자들은 어묵 국물 등을 먹으며 몸을 데웠다.

해가 떨어지고 본 집회가 시작되는 오후 6시께가 되자 사람들이 말할 때마다 입김이 나오는 것이 보일 정도로 날씨가 추워졌다.

눈은 오후 4시께부터 잦아들었지만 시민 다수는 다시 눈·비가 올 것에 대비한 듯 입은 우비를 벗지 않았다.

앉아있는 시민들은 작은 담요를 펼쳐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했고, 서 있는 시민은 발이 얼지 않도록 자리에서 종종거리며 다리를 움직였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대학생 장모(23)씨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이런 것은 중요하지 않고 나라가 바로 운영될 수 있도록 미약한 힘이나마 보태고 싶어 왔다"며 "저 같은 사람이 100만명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com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