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안종범 '제3자 뇌물' 혐의 적용…朴대통령 겨냥 해석
'면세점 로비' 최우선 타깃…'국민연금-삼성 커넥션'도 가능성

검찰이 현 정권 '비선 실세'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를 구속기소 하고 나서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밝혀내는 데 전력투구해 수사 결과에 초미의 관심이 쏠린다.

앞서 박 대통령을 직권남용·강요 혐의의 공범이자 피의자로 입건한 검찰은 내달 초로 예상되는 특검 발족 전까지 뇌물죄 적용 여부를 포함한 큰 그림을 그린다는 목표 아래 총력전 체제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25일 검찰에 따르면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최씨 기소 이후 삼성그룹과 국민연금, 롯데·SK그룹을 동시다발 압수수색하면서 추가 포문을 열었다.

최씨 기소 전까지 미르·K스포츠재단의 강제 모금 경위, 청와대 문건 유출·인사 개입 등 최씨의 '국정 농단' 의혹에 맞춰졌던 수사 초점이 이제는 박 대통령에 맞춰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말까지 흘러나온다.

검찰은 전날 면세점 특혜 의혹과 관련해 롯데와 SK를 압수수색하면서 영장에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시했다.

제3자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된 피의자는 안 전 수석과 최씨 2명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도 두 기업의 추가 기금 출연과 관련해 직권남용·강요 혐의의 공범이라는 의혹을받는 터여서 결국 검찰이 대통령과 관련해서도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검찰이 '최순실 의혹'과 관련한 강제수사를 하면서 영장에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수사 초동 단계에서 발부받는 압수수색영장은 구속영장 등과 비교할 때 소명이 훨씬 낮은 상태에서도 발부되므로 아직 구체적인 혐의가 포착됐다기보다는 혐의 입증을 위한 시동을 건 수준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전날 이뤄진 삼성그룹과 국민연금공단 압수수색의 최종 목표 역시 박 대통령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행정부 수반으로서 대통령이 면세점 정책을 직접 결정할 수 있다면 국민연금은 보건복지부 산하에 공단이 있고 그 산하에 다시 형식적으로 독립된 기금운용본부가 500조원의 기금 운용을 책임지고 있다.

따라서 검찰이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하려면 더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형법의 '제3자 뇌물' 혐의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약속함으로써 성립한다.

즉 이 혐의가 성립하려면 '부정한 청탁'이 존재해야 하고, 이 직무를 처리하는 권한이 있다고 평가받는 공직자가 그런 부정한 청탁에 연루됐다는 점이 확인돼야 한다.

따라서 향후 검찰 수사의 방향도 부정한 청탁의 존재와 만약 청탁이 있었다면 그로 인한 직무 왜곡에 관여한 공직자의 불법행위를 밝혀내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직·간접적인 지시나 관여 등도 규명할 부분이다.

면세점 추가 인가 등 정책은 청와대 결정이 장관을 거쳐 곧바로 정책으로 구체화할 수 있지만, 국민연금의 경우 다단계에 걸쳐 부당한 지시가 영향을 끼친 점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연결고리를 모두 찾아내 혐의를 구체화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그런데도 검찰은 당시 홍완선 전 이사가 이끌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온갖 뒷말을 감수하면서까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전문위원회를 경유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한 점 등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23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국민연금을 압수수색할 때 영장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등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라·장시호 등 최씨 일가에 대한 특혜성 지원과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지원 연결 고리가 있는지를 규명하는 데 우선 수사력을 모으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특가법 알선수재 항목은 일반인이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일단 삼성 측과 최씨 측의 부정한 주고받기 혐의를 구체화하고 나서 이를 발판으로 삼아 박 대통령의 관여 여부를 밝혀보겠다는 '계단식 전략'으로 읽힌다.

검찰 관계자는 "특검에 넘겨주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 수사한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라며 "하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못 하면 특검에 넘겨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 수사를 '사상누각'에 비유할 정도로 청와대가 강력히 반발하는 가운데 검찰이 강공을 이어가는 것은 특검 출범 전에 박 대통령과 관련한 핵심 의혹을 큰 그림 차원에서 정리하고 가겠다는 수뇌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이 박 대통령에게 제기된 광범위한 의혹을 최선을 다해 정리하지 않고 내버려뒀다가 행여 향후 특검 수사에서 큰 흐름이 바뀔 경우 검찰 조직에 커다란 부담이 밀려올 수 있다고 판단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결국, 편파·미온 수사, 검찰 개혁 등 위기에 몰린 검찰의 '생존 본능'이 작동했다는 얘기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돈을 받은 쪽에 포인트가 있는 것이지 아직 준 쪽에까지 무게가 실려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이 뇌물죄로 연결될 고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