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정부·국회 눈치보며 우왕좌왕…징계위 또 연기한 '원칙 없는' 코레일
코레일은 징계위원회 전날인 23일까지도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간부들에 대한 징계위를 예정대로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날 저녁 무렵부터 회사 내부에선 ‘징계위가 취소됐다더라’ ‘다시 예정대로 한다더라’는 식의 정리되지 않은 소문이 흘러나왔다. 직원들은 물론 언론에 대응하는 부서조차 우왕좌왕했다. 홍순만 코레일 사장은 밤 9시를 넘겨서야 징계위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코레일이 징계위를 연기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10일로 예정됐던 징계위는 2주 뒤인 24일로 미뤄졌다. 당시 코레일은 “노사 집중교섭(7~9일)을 벌인 직후 징계에 착수하는 게 부담스러운 데다 추가적인 대화 가능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조는 “교섭 중에 교섭 상대방을 징계한다는 것은 대화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징계위 연기는 ‘최순실 사태’로 급변하는 정국 상황과 정치권·여론이 부담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두 번째 징계위 연기는 철도노조뿐 아니라 정치권과 정부 등의 상황을 두루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우선 “성과연봉제를 한 달 미루고 사회적 대화기구를 꾸리자”는 야당의 중재안을 받은 노조가 곧 파업을 철회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철도노조는 지난 23일부터 지부별 총회를 열고 야당의 파업철회 권고안을 논의하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노조 내부에서 철도파업이 끝날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데 징계위가 자칫 감정의 불씨를 키울 수 있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이 징계 절차를 연기하라고 요구한 것도 외면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철도노조가 소속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자극하지 않기를 바랐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총파업을 예고했다. 민주노총 산하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는 23~24일 이틀간 조합원 총투표를 거쳐 30일 총파업에 들어간다.

셈법이 복잡해진 코레일은 향후 징계위 일정도 잡지 못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미리 징계위 날짜를 잡아뒀다가 또다시 연기할 수도 있기 때문에 다음 날짜는 확정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철도노조는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성과연봉제 확대를 유보·철회하라고 주장하며 지난 9월27일 파업에 돌입했다. 철도파업은 25일로 두 달(60일)을 채운다. 역대 최장 기록이다.

심은지/백승현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