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개 시·군 13개 농장 고병원성 확진…8곳 정밀검사
95만 마리 살처분…텃새 첫 감염 원주 예찰 결과 '이상無'

서해안 벨트를 따라 수도권까지 북상한 조류 인플루엔자(AI)의 확산세가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방역 당국과 가름류 사육농가들이 더 이상의 확산을 막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AI 확진 판정을 받거나 의심 신고가 접수된 전국 시·군이 10곳으로 늘었다.

그사이 살처분된 닭이나 오리도 100만 마리에 육박한다.

24일 일선 지방자치단체 등 방역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께 충북 진천군 오리 농가를 대상으로 예찰하는 과정에서 이월면의 한 종오리 사육농가에서 산란율이 15∼20% 떨어지고 오리 70여 마리가 죽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폐사한 오리를 1차 검사한 결과 AI 양성 반응이 나와 이 농가에서 키우는 오리 4천500마리를 모두 살처분했다.

충북도와 진천군은 이 농가에서 알을 맡긴 진천 문백면 개인 소유 위탁부 화장의 바이러스 감염 여부와 새끼오리를 분양받은 농장을 상대로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알이나 분양한 새끼오리가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경우 AI가 급속하게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와 군은 진천 AI 의심 신고 농가를 중심으로 반경 700m 안쪽의 3개 농가 오리 2만9천마리도 살처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4일 오전 충북 진천 경계와 약 1㎞ 떨어진 충남 천안시 동남구 동면의 한 오리농장에서도 AI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이 농장은 전날부터 이날까지 100여마리 오리가 집단 폐사해 방역 당국에 신고했다.

천안시는 이 농장에서 사육 중인 오리 1만마리와 반경 500m 이내에 있는 닭 3천200마리를 모두 살처분할 계획이다.

조류에 치명적인 고병원성으로 확진 판정받은 농가도 늘었다.

농림축산방역본부는 이날 일제검사 과정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던 충북 음성군 5개 농가가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것으로 판정했다.

이로써 충북의 고병원성 확진 농장은 음성 9곳, 청주 1곳 등 10곳이 됐다.

전국적으로는 전남 해남 산란계 농장과 무안 육용오리 농장, 경기 양주 산란계 농장까지 13곳으로 늘었다.

전날 충남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AI 확진 판정을 받은 아산시 신창면 행목리 산란계 농장의 고병원성 여부는 1∼2일 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신창 산란계 농장 이외에도 간이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와 현재 정밀검사 중인 농장도 충북 음성·진천, 경기 포천, 충남 천안, 전북 김제 등에서 7개 농장이나 된다.

지난 16일 전남 해남 산란계 농장에서 AI가 확진된 이후 이날까지 전국에서 살처분한 가금류는 충북 54만1천500마리(닭 22만1천마리, 오리 32만500마리), 경기 25만5천마리(닭), 전남 7만4천마리(닭 4만마리, 오리 3만4천마리), 충남 6만3천200마리(닭 5만3천200마리, 오리 1만마리), 전북 1만6천마리(오리) 등 총 94만9천700마리에 달한다.

전날 야생 텃새에서 처음 AI가 검출된 강원도 원주에서는 이동제한 구역 가금류 사육농가를 정밀 예찰한 결과 다행히 확산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는 지난 23일 호저면 대덕리 섬강 일원에서 구조된 수리부엉이의 폐사체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농림축산방역본부의 통보를 받고, 즉시 반경 10㎞를 관리지역으로 설정하고 이동제한과 정밀예찰에 들어갔다.

방역 당국은 겨울 철새가 아닌 내륙의 토종 텃새 수리부엉이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점에서 AI 감염지대가 더 넓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바짝 긴장했다.

하지만 수리부엉이 구조 시점(지난 5일)에서 이동제한 해제 기준인 2주가 이미 지났고, 이 기간 의심 개체가 발견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최고 우려 단계는 지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강원도는 다만 그동안 AI 방역대책으로 주 1회 시행하던 소독을 주 2회 이상으로 강화하는 등 차단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또 경기 포천 의심농가의 반경 10㎞ 이내인 철원지역 가금류 농가 예찰을 강화하는 한편 이동통제 초소 3개소와 거점소독장소 1개소를 설치 운영 중이다.

경기도는 AI 조기 근절을 위해 예비비 18억원을 시군에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양주, 포천 등에 이동통제초소 3곳과 거점소독시설 2개를 설치한 가운데 앞으로 고양, 파주, 안성 등 도내 주요 지점에 이동통제 초소와 거점 소독시설을 추가 설치한다.

또 선제 방재를 위해 도가 비축하고 있는 소독약품 6천900kg 중 2천400kg을 양주와 파주 등 5개 시군에 긴급 공급한 데 이어 안성시와 이천시 등 확산 우려가 있는 8개 시군에 4천500kg을 추가 공급할 예정이다.

이밖에 다음 달 4일까지 AI 발생 우려가 큰 철새도래지, 과거 발생지 등 AI 중점방역관리지구를 중심으로 일제검사도 하고, 223명의 전담공무원이 도내 가금농가를 대상으로 매일 이상 유무를 확인하도록 했다.

농장 기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먼저 AI 확인된 전남은 6일째 의심 신고가 접수되지 않아 다소 진정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전남 발생지인 해남과 무안의 확진 농가는 철새도래지와 인접했지만, 밀집 사육지가 아니라 예방적 살처분 대상 농가(반경 3㎞ 이내)가 4개 농가에 그쳤다.

다만 지역에 따라 최장 9개월까지 감염이 지속한 지난해 추이 등을 고려해 안심 단계까지는 방역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전남 최대 가금류 사육지역인 나주와 영암이 AI 확산과 차단의 관건이 될 곳"이라며 "AI가 종식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방역태세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김광호·김용윤·변우열·손상원·임보연·전창해)

(전국종합=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