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근무 때 비위 드러나면 '알선수뢰' 혐의 적용 가능

해운대 엘시티(LCT)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이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알선수재 혐의를 두는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사정 당국과 정치권에 따르면 부산지검 특수부(임관혁 부장검사)는 현 전 수석을 '알선수재' 혐의로 입건하고 혐의 입증에 필요한 객관적 증거를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알선수재죄는 공무원의 직무에 관해 알선행위를 하고 그 대가로 금품 등을 수수한 사람에게 적용된다.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 공무원처럼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한 경우에도 적용된 판례가 많다.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 검사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엘시티 비리 수사과정에서 현 전 수석이 비리에 연루된 단서를 포착해 피의자로 입건했다"며 "이영복 회장(66·구속)의 비자금 사용처를 다각도로 수사하다가 현 전 수석이 금품 로비를 받은 단서가 나오면 소환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 수사는 현 전 수석이 엘시티 사업과 관련해 알선이나 부당한 압력 행사를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내고, 그 대가로 현 전 수석이 이 회장에게서 금품이나 향응을 받았는지 확인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검찰은 현 전 수석에게 두는 혐의는 크게 2가지다.

먼저 지난해 초 당시 황태현 포스코건설 사장을 압박해 포스코건설이 엘시티 사업에 시공사로 참여하도록 알선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엘시티 시행사가 부산시청과 해운대구청, 부산도시공사 등 행정기관으로부터 비리의혹이 있는 인허가나 특혜성 행정조치를 받을 때 현 전 수석이 모종의 역할을 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엘시티 시행사 실질 소유주인 이영복 회장과 현 전 수석, 이 회장과 현 전 수석의 핵심 측근이나 주변 인물들의 계좌를 광범위하게 추적하고 있다.

최근 계좌추적 전문 인력을 수사팀에 보강한 검찰은 이들 계좌의 입출금 명세를 상세히 조사해 의심스러운 자금 흐름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수십억원을 상품권과 기프트카드 구매에 쓴 사실을 확인했고, 이미 자료 임의제출이나 압수수색으로 골프장 14곳과 유흥주점 3곳에서 확보한 이 회장의 지출명세를 분석해 현 전 수석을 포함한 정관계 유력인사들과의 연관성을 살피고 있다.

현 전 수석과 이 회장은 막역한 사이로 두 사람이 이 회장이 운영하는 유흥주점에서 함께 자주 술을 마셨고, 골프도 자주 쳤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이 회장도 검찰 조사에서 금품 로비는 없었다면서도 지인들과 술자리나 골프는 자주했다고 인정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또 이달 22일 현 전 수석의 서울 자택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 혐의 입증에 필요한 자료를 분석하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수사과정에서 현 전 수석이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근무할 때 엘시티와 관련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고 이 회장에게서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면 알선수뢰죄를 적용할 수도 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검찰은 계좌추적과 압수물 분석, 관련자 소환 조사 등을 거쳐 다음 주쯤 현 전 수석을 소환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대진 2차장 검사는 "알선수재 혐의는 확인된 바 없으며 아직 혐의를 단정하기 이른 단계"라며 "조사를 하다보면 다양한 혐의로 의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전 수석은 최근 입장자료를 내고 "엘시티 사업과 관련해 어떤 청탁이나 압력도 행사한 적도 없고 (이 회장의) 도피에 협조한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혐의 일체를 부인했다.

(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osh998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