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육체적 상처로 고통의 나날…강화군 월남전 증언록 발간

"지금도 국가가 위기에 처하면 전쟁터에 나가겠지만 어떤 이유로든 전쟁은 없어야 합니다."

월남전에서 혁혁한 공을 세워 훈장을 받았든, 상처를 입고 고통의 나날을 보내든 모든 참전 용사의 한결같은 소망이다.

인천시 강화군에 사는 월남 참전 용사 23명의 생생한 참전 기록과 미망인 3명의 애환을 담은 '잊혀 가는 전쟁, 기억해야 할 용사들'(567쪽)이 발간됐다.

해병대 중사 출신인 심재정(72)씨는 증언에서 월남전 짜빈동 전투에서 공을 세워 1계급 특진과 월남 은성훈장 등 훈장 3개를 받았지만 "전쟁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룻밤 새 짜빈동 전투에서만 아군이 15명이 전사하고 적은 303명이 죽어시신이 산을 이뤘다"며 "지금도 꿈속에서 전우의 비명과 포탄 소리가 들려 깜짝 놀라 깨곤한다"고 고통을 털어놨다.

고엽제의 고통 속에 살아가는 또 다른 참전용사 박귀성(70)씨는 "내 평생 젊고 기운이 팔팔할 때는 스무 살 까지였다.

그 이후 50년은 악성 피부병과 싸우며 보내고 있다"며 참전을 원망했다.

박씨는 "제대한 지 얼마안돼 피부병이 번지기 시작해 몸 전체가 흉측해졌다"며 "비행기에서 뿌린 하얀 액체가루가 하도 시원해 온몸으로 맞았는데 그게 나중에 알고 보니 고엽제였다"고 한탄했다.

그는 "사람들이 외면해 목욕탕에 간 적이 없으며, 더 가슴 아픈 일은 막내아들에게까지 피부병이 이어진 것"이라며 "전쟁은 너무 참혹해 없어야 한다"고 몇 번이고 말했다.

참전 용사 미망인의 삶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김 모(70·여) 씨는 "남편이 생전에 온몸에 박힌 파편과 상처, 고엽제로 인한 피부병으로 매일 약을 한 주먹씩 먹으며 버텼고 흐린 날에는 통증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런데도 정부는 국가유공자로 인정해 주지 않아 근 20년을 싸워 2003년 7월에야 유공자로 인정받고 명예도 찾았으나 남편은 그다음 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1년여간 참전 용사들과 미망인들의 증언을 채록한 최연식(61·시인) 작가는 집필 후기에서 "참전 용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철군한 지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에 눈시울을 붉혀야 했다"고 밝혔다.

북한과 가까운 접적지역인 강화군은 참전 용사들의 애국정신과 함께 전쟁의 참상을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전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로는 이례적으로 참전용사 증언록을 펴냈다.

강화군과 강화군 재향군인회는 25일 오후 2시30분 강화군 노인복지회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인천연합뉴스) 김창선 기자 chang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