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AI 의심신고 농장 직원 25명 격리…차단방역 '총력'

"소독 열심히 해도 철새가 (조류인플루엔자를) 옮기는 것이면 하늘에서 새들이 분비물 흘리고 가는 것을 무슨 수로 막습니까."

23일 오전,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자일리에서 만난 산란계 농장주 박모(55)씨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한숨이 섞여 있었다.

이날 자일리 일대 양계 농가에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지역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AI 의심 신고가 접수됐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각자 농장에도 혹시 이상 징후가 없는지 점검하고, 외부에서 오는 차량이나 사람을 극도로 경계하며 혹시 모를 AI 확산에 대비하느라 분주했다.

하지만 만약 철새가 AI 확산의 주범이라면 아무리 소독을 열심히 해도 헛수고라는 한탄의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

박씨는 "가축 키우는 농민은 전염병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에 방역을 게을리하는 농가는 없다"며 "하지만, 만약 철새가 AI를 옮기는 주범이라면 사실상 대책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나 지자체가 철새에 대해 아무 대책이 없는데 오가는 새를 막을 수도 없고…"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AI가 발생한 농장에 사료를 운반해온 운반기사 김모(63)씨 역시 "(AI 발병 의심 농가는) 특히 소독을 위한 기계화 시설을 갖추고 오가는 차량, 인원에 대해 지독하게 방역하는 곳이었다"며 "그렇게 노력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씨는 "마을 일대에 수확을 마친 논을 찾는 기러기떼와 인근 저수지에 오리가 새카맣게 바글거려서 항상 우려의 목소리는 있었다"고 했다.

AI 의심신고가 접수된 농장 인근에서는 지자체 관계자들이 오가는 차량을 소독ㆍ통제하고, 방역 대책을 마련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농장 안에 있던 직원 25명은 격리 조처됐다.

이들은 농장의 도살처분이 끝난 후에도 약 10일간 격리될 예정이다.

보건 당국 관계자들은 전신 방역복장을 갖추고 농장에 들어가 농장 직원들의 혈액을 검사하고 예방접종을 실시했다.

당국은 또 약 500m 떨어진 30만수 규모의 다른 양계 농장에 대해서도 AI 검사를 했다.

두 농가 운영진은 형제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앞서 지난 22일 오후 5시께 영북면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닭 65마리가 폐사, AI 의심축 신고가 당국에 접수됐다.

간이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으며, 정밀검사 결과는 24일께 나온다.

시는 해당 농장의 닭 24만 마리 도살 처분에 들어갔고 반경 10㎞ 이내 84개 가금류 사육농장 180만 마리에 대한 이동제한 조치를 하는 등 차단방역에 총력을 쏟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 전남 무안, 충북 청주, 경기 양주 등 닭·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H5N6형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등 서해안을 중심으로 AI가 급속히 확산,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포천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jhch79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