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1일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는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60)의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강요미수 혐의다. 언론에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조 전 수석은 2013년 말 손경식 CJ그룹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조 전 수석은 검찰 진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출신 대형로펌 변호사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조 전 수석을 주범으로, 박 대통령을 범죄행위를 지시한 ‘교사범’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라며 “조 전 수석이 자신의 행위가 범죄라는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검찰이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전 수석처럼 공무원이 상사의 지시에 따라 저지른 불법행위는 모두 처벌 대상일까. 자신의 직무상 행위가 명백한 불법행위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과정이 증거로 남았을 때만 처벌이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결과적으로 문제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공무원의 행위를 모두 처벌하면 공무원이 업무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형 로펌의 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에 넘겨진 공무원들은 대부분 ‘지시에 따랐을 뿐 불법인 줄 몰랐다’는 식으로 진술한다”며 “법정에서는 지시자와 피지시자 간 구체적인 업무지시 정황 증거 등을 근거로 불법행위 여부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지난해 10월 대통령경제금융비서관으로 일하면서 미르재단 설립 작업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같은 맥락이다.

검찰이 지난 20일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최 차관은 지난해 10월21일부터 24일까지 당시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지시에 따라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 등이 참석한 회의를 매일 열고 미르재단 설립을 추진했다. 최 차관은 21일 “특정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에 따른 공익 사업으로 알고 재단 설립을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최 차관의 당시 직위상 재단 설립에 최순실이 엮여 있었다는 구체적 정황을 알 수 없었고 기업들에 강요하거나 대가를 제시하라는 등의 구체적인 불법행위 지시를 상사로부터 받은 게 아니라면 형사처벌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