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비공개·지하주차장 이동…檢 "수사 협조 필요·간곡한 요청 감안"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비공개 개별 면담' 의혹을 받는 총수들을 주말에 대거 소환해 수사에 박차를 가했지만, 비공개 출석시켜 일각에선 '지나친 배려'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검찰과 재계에 따르면 최순실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전날 오후부터 이날 새벽까지 현대차 정몽구 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 SK수펙스 김창근 의장을 줄줄이 불러 조사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경식 CJ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이날 출석하는 등 재계 거물들이 대거 검찰에 불려 나왔다.

이들은 지난해 7월 24일 박 대통령과의 공식 간담회 직후 비공개로 개별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총수들과 독대해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고 설득한 정황이 거론된다.

재벌총수들은 검찰 수사가 박 대통령으로 향하는 중요 연결고리인 점에서 주목받는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뿐 아니라 박 대통령이 직접 모금에 관여한 정황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도 이날 "재벌 회장들과의 독대를 먼저 조사하지 않고서는 대통령을 조사할 수 없다"고언급해 총수들이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검찰이 총수들을 대거 비공개 소환한 점은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일반적으로 공인이나 유명인이 중요 사건 피의자·참고인으로 소환될 때 미리 알려진 시간에 정문을 통해 들어서는 것과 달리 12∼13일 출석한 총수들은 모두 지하주차장을 통해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들어섰다.

이들은 주차장에서 곧장 조사실로 이동해 취재진과 접촉하지 않았다.

취재진은 지하주차장 입구에서 총수들의 차량을 기다리면서 차가 올 때마다 쫓아가는 등 '숨바꼭질'을 해야 했다.

짙은 선팅을 한 차가 들어설 때마다 탑승자를 확인하기 위해 취재진이 접근하는 등 다소 혼란도 벌어졌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총수들이 자신들의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해 가며 소환 일정에 협조하는 대신 '공개가 안 됐으면 좋겠다'고 간곡하게 요청했다"며 "이에 수사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조건 아래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소환자의 신상 정보가 민감한 사건을 수사할 때도 지하주차장을 통해 비공개 소환한 사례들이 많이 있다"며 "이같은 전례를 검토하고 총수들이 참고인인 점 등을 고려해 비공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통상 참고인의 경우 인권 보호를 위해 출석 일정을 공개하지 않는다.

또 엄밀히 따지면 이번 소환은 '강제성이 없는 출석 요구'에 해당한다.

그러나 검찰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관심과 분노가 큰 사안에서 총수들에게 편의를 봐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