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12일 3차 촛불집회에 참가해 꼭두각시 모형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 시민이 12일 3차 촛불집회에 참가해 꼭두각시 모형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세 번째 촛불집회는 국정 농단 사건을 비판하는 풍자와 해학이 넘쳤다. 문화제로 꾸려진 행사에서 시민들은 험악한 구호보다 재치 있는 풍자에 더 뜨거운 호응을 보냈다.

오후 4시 본집회 시작 직전 주최 측은 ‘하품체조’를 선보였다. 하품체조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산 3억5000만원을 들여 보급한 차은택 씨의 ‘늘품체조’를 비꼰 것이다. 주최 측의 스트레칭 시범자는 손을 배에 모으고 허리와 고개를 앞으로 깊이 숙이는 동작을 할 때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검찰이 공손히 인사하는 모습을 본떴다”고 설명하고 팔을 펴면서는 “하야”라고 외쳤다.

록 밴드 ‘크라잉넛’은 광화문광장 무대에 올라 “말은 독일로 달려가는 게 아니다, 이화여대로 달려가는 게 아니다, 달려야 할 곳은 청와대”라며 대표곡 ‘말 달리자’를 불렀다. 크라잉넛은 “원래 ‘말 달리자’는 크라잉넛의 노래였는데 이러려고 크라잉넛을 했나 자괴감이 든다”고 말해 시민들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일부 대학생은 광화문광장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를 패러디해 만든 ‘하야가(下野歌)’를 불렀다. 이들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상상보다 훨씬 더 하야 하야 하얗구나. 그러니 하야 하야 하야하렴”이라고 가사를 바꿔 불렀다.

집회 참가자들이 가지고 온 피켓 중에선 ‘내려와라 박근혜’ ‘박근혜는 퇴진하라’보다는 ‘배터리도 5%면 바꾼다’ ‘지지율도 실력이야! 네 부모를 탓해!’ 등이 큰 호응을 받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한 고등학생이 교실 주변에 붙여놓은 ‘풍자 포스터’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교실박근(밖은) 위험혜(해)’라는 제목의 이 포스터는 뒷자리에 앉은 학생이 ‘순(손)시리니까 문 닫자’라며 손에 입김을 불어넣는 의성어를 ‘하야 하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면서 밑에 “이러려고 뒷자리 앉으려고 했나. 추위감 들고 괴로워”라고 적었다.

황정환/마지혜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