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팔공산 갓바위·여수 향일암·진천 보탑사 문전성시
수능 앞둔 풍속도…"자식 잘되길 바라는 게 부모 마음"

청주에 사는 박모(50)씨는 한 달 전부터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자가용으로 딸을 학교까지 태워준 뒤 진천군 진천읍 연곡리에 있는 보탑사로 향한다.

딸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기원하며 절 안의 소나무에 걸어 놓은 연등 앞에서 정성껏 기도한다.

김씨는 "기도를 한다고 딸의 성적이 올라가진 않겠지만, 성적을 올리려고 애쓰는 딸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보려는 부모의 마음"이라며 "3년간 열심히 공부한 딸이 원하는 대학의 학과에 진학해 자신의 꿈을 이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탑사 경내 곳곳의 소나무에는 수험생 학부모들의 마음 등을 담은 연등이 500여개에 달한다.

수능이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영험'한 것으로 알려진 전국의 '수능 기원' 명당에는 수험생 학부모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부모들의 애타는 심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오래된 입시철 풍속도 가운데 하나다.

가장 널리 알려진 '명당'은 대구 팔공산의 갓바위(관봉석조여래좌상·보물 제431호)다.

부처 머리에 쓴 갓 모양이 학사모와 비슷해 자녀의 합격을 기원하는 학부모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전국에서 연간 수백만명이 몰린다.

주말인 지난 12일에는 새벽부터 종일 학부모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매서운 산바람을 맞으며 촛불을 켜고 자녀들이 수능을 잘 치르게 해달라고 치성을 드렸다.

갓바위 아래 팔공총림 동화사 대웅전에서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수험생을 위한 촛불 기원 법회를 봉행했다.

수능 당일에도 불자들은 이곳에 모여 새벽부터 시험이 끝나는 저녁까지 합동 기도회를 열 예정이다.

'남해의 소원 명당'으로 알려진 전남 여수 향일암도 이날 이른 아침부터 기도를 위해 몰려든 학부모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학부모들은 경내 곳곳에서 경건한 표정으로 절을 올리고, 돌탑에 조심스레 돌을 얹거나 12지신 돌조각에 동전을 던지며 간절하게 기도했다.

기왓장에 소원을 적으려는 학부모들로 긴 행렬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국내 3대 관음 도량으로 유명한 인천 강화군 석모도 보문사에도 수험생을 둔 부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보문사 석실의 22개 불상은 신라 선덕여왕 때 어부들이 앞바다에서 그물로 낚아올려 절에 봉안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인근의 '눈썹바위'로 향하는 길목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길'에는 소원을 적은 종이를 유리병에 담아 놓아 둘 수 있다.

이곳도 수능 시즌마다 발 디딜 틈이 없이 붐빈다.

전북에서는 조선 중기의 고승인 진묵대사 어머니의 묘가 있는 김제시 만경읍 성모암이 명당으로 유명하다.

진묵대사가 자신의 어머니 묘에 풀을 뽑아준 사람의 소원 한가지씩은 들어준다는 얘기가 전해 내려온다.

이 때문에 수능 시즌이 되면 전국에서 몰려드는 관광버스로 몸살을 앓는다.

율곡 이이가 과거를 보러 가던 길로 알려진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율곡수목원 내 5㎞ 구간의 '구도장원길'은 하루 평균 100여명이 학부모들이 찾는다.

돌탑 3천개가 있는 강원 강릉시 왕산면 노추산 역시 명소로 꼽힌다.

강릉으로 시집을 온 차옥순씨가 움막을 지어놓고 가정의 평안을 기원하며 1986년부터 무려 26년 동안 돌탑을 쌓은 곳이다.

암행어사 박문수가 과거를 앞두고 하룻밤을 묵은 경기도 안성시 죽사면의 칠장사와 경남 합천 해인사 등도 수능을 앞둔 학부모들이 많이 찾는다.

전국 곳곳의 사찰과 교회 등에서도 수능을 앞두고 '100일 기도회', '30일 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한 학부모는 "미신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들의 간절한 염원이 표현되는 것"이리며 "명당이라는 곳을 찾아가 기도라도 하고 나면 졸였던 마음이 다소나마 안정된다"고 말했다.

(변우열 최은지 노승혁 백도인 이해용 정회성 김선형 이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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