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연구소 분석…정규직, 비정규직보다 결혼비율 훨씬 높아
"저출산 대책, 안정된 일자리 제공에 초점 맞춰야"

임금이 높고 정규직일수록 결혼 비율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일자리 제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13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분석해 작성한 '출산과 청년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현재 20∼30대 남성노동자 임금 하위 10%(1분위)의 기혼자 비율은 6.9%에 불과했다.

기혼자 비율은 임금이 높을수록 올라갔다.

임금 상위 10%(10분위)의 결혼 비율은 82.5%로 하위 10%보다 무려 12배나 더 높았다.

임금 최상층 남성은 10명 중 8명 이상 결혼하지만, 최하층은 10명 중 1명도 결혼을 못 한다는 얘기다.

여성 노동자의 임금 수준과 결혼 비율도 비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남성처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지는 않았다.

학력과 결혼 비율의 관계도 똑같은 양상을 보였다.

20∼30대 남성노동자 중 박사 학위 소지자는 기혼자 비율이 100%로 가장 높았다.

이어 석사 66.6%, 대졸 47.9%, 고졸 39.6%, 중졸 이하 35.4%로 학력이 낮을수록 결혼 비율 또한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에 여성 노동자는 중졸 이하 학력의 기혼자 비율이 77.6%로 가장 높고, 박사가 76.1%로 그다음을 이어 학력과 결혼 비율의 관계에서 남성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결혼 비율도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정규직 남성노동자의 기혼자 비율은 53.1%에 달하지만, 비정규직은 그 절반 가까이 떨어져 28.9%에 그쳤다.

실업자의 기혼자 비율은 11.6%,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는 4.7%였다.

여성의 경우 이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기혼자 비율이 39.8%로 정규직(37.3%)과 거의 비슷했다.

고용형태가 결혼 여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이를 한국의 결혼시장에서 '남성 생계부양자·여성 가계보조자 모델'이 강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남성은 학력, 취업, 안정된 일자리, 적정 임금 등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만한 사회경제적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이 형성돼 있으며, 이를 확보하지 못하면 결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결국,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고용 불안정성과 청년실업 문제 등으로 남성이 갈수록 결혼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워지면서, 남녀 모두 결혼 시기가 늦어지고 자녀 출산 연령 또한 늦춰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기혼여성의 자녀 출산과 양육 지원에 초점을 맞춰 왔다"며 "그러나 청년들이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자녀들을 낳아 기를 수 있는 '안정된 적정임금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저출산 정책은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