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연구 결과 특정지점 머물고, 인공산란장에 고유종 알 없어
"그물이나 인공산란장 설치로 상당수 퇴치 가능"

외래 생태계 교란종 '배스'의 퇴치 길이 열릴까.

울산 태화강에 서식하는 배스에 위치추적 전자칩을 달아 3개월간 추적했더니 이동거리가 짧고 특정 지점에 머무는 시간이 긴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배스 알을 제거하기 위해 설치한 인공 산란장에는 한국 고유종 등 다른 물고기 알은 없고 배스만 알을 낳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스가 주로 머무는 집단 서식지에 그물을 놓거나 인공 산란장을 대거 만들어 알을 제거하면 생태계를 교란하는 배스의 퇴치가 가능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다.

한국환경생태기술연구소는 태화강 배스 생태연구 용역조사에서 이런 중간 결과가 나왔다고 13일 밝혔다.

용역조사는 울산녹색환경지원센터가 의뢰했고 최종보고서는 12월에 나온다.

한국환경생태기술연구소는 올해 7월 태화강 삼호교∼구영리 징검다리에서 10마리, 대암댐 하류 주변에서 5마리 등 모두 15마리의 배스를 잡아 지느러미에 위치추적용 무선주파수 인식 전자칩을 달았다.

이후 9월까지 3개월간 위치를 추적하면서 이동 거리와 주요 서식지를 조사했다.

삼호교∼구영리 징검다리 지점 10마리는 최대 이동거리 750m, 누적 이동거리 1.94㎞, 수역 이용면적 6만1천200㎡ 정도였다.

대암댐 하류 주변에 전자칩을 단 5마리 중 3마리는 낚시나 강우 때문에 없어졌고 2마리만 추적됐다.

이 2마리는 최대 이동거리 366m, 누적 이동거리 1.33㎞, 수역이용면적 3천1천500㎡로 분석됐다.

연구소는 앞서 5월과 6월에는 울산시가 태화강에 설치한 인공산란장 5곳 중 1곳을 조사했다.

인공산란장을 통째 연구소로 가져가 산란장 속의 알을 부화시켰더니 모두 배스였다.

배스 알을 제거하기 위해 설치한 산란장에 한국 고유종은 알을 낳지 않고 배스만 알을 낳는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연구소 측은 "배스 암컷이 산란장에 들어가 산란할 때 수컷이 외부 침입자를 막기 위해 입구를 지키는데 이런 독특한 생태 때문에 다른 어종이 인공산란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소 예상열 이사는 "배스 성어는 머무는 곳을 찾아 그물이나 낚시로 잡고, 알은 인공산란장을 많이 만들어 설치하면 완전 퇴치는 아니더라도 상당수의 배스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조사 개체를 확대해 계속 연구하면 배스 퇴치에 도움이 될 생태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배스는 하천생태 환경영향조사 없이 1970년 내수면 어업 자원 활용과 어민 소득증대 등을 목적으로 정부가 들여온 외래 어종이다.

포식성이 강해 붕어, 잉어, 메기, 등 토종 어류와 알, 새우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어 1998년 환경부가 생태계 유해 외래종으로 지정했다.

정부와 전국 자치단체는 하천과 댐에서 천적이 없이 무한 번식하는 배스를 퇴치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lee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