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조사 유력 거론…靑문건 유출, 미르·K재단 모금 등 대상
안종범·정호성 등 불법행위에 '관여·지시·보고' 여부 논란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구속)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이르면 이번 주말께 박근혜 대통령을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13일 검찰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최씨의 구속 기한이 만료되는 20일 전후로 박 대통령을 조사하는 방안을 놓고 막바지 검토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일단 이번 주가 유력한 가운데 늦어질 경우 최씨를 기소한 이후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조사 방식은 검찰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를 정해 방문 조사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청와대를 방문하는 방안 역시 배제하지 않고 있다.

서면조사 안도 검토되지만 '요식 행위'라는 비판 여론이 부담이다.

악화한 민심을 고려해 소환조사도 하나의 선택안으로 부상했지만, 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등의 차원에서 현실성이 높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검찰은 조만간 청와대 측과 세부 조사 일정과 방식 등의 조율에 들어갈 계획이다.

현직 대통령 조사가 사상 초유의 일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기조 아래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은 헌법상 불소추 특권이 있지만, 검찰로선 청와대 문건 유출과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제 모금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려면 직접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각종 의혹에서 박 대통령의 역할과 지시·관여 여부, 보고 상황 등을 확인해야 전모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관여한 정황은 이미 상당 부분 드러난 상태다.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로 구속된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고려해 최씨에게 문건을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도 지난달 25일 대국민사과를 통해 최씨에게 연설·홍보 관련 내부 문건이 넘어간 사실은 일부 시인했다.

최씨와 안종범(57·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주도한 재단 설립 및 출연금 모금에도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검찰은 본다.

박 대통령은 작년 7월 대기업 총수 17명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겸한 공식 간담회를 하고 재단 설립을 위한 지원을 요청했다.

이는 K스포츠재단 설립 3개월 전이다.

특히 주요 기업 총수 7명과는 별도의 비공개 면담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더 적극적인 지원과 참여를 독려하려는 차원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안 전 수석도 검찰에서 재단 기금 모금에 관여한 배경에 '대통령의 뜻'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 개인회사인 더블루K가 관여한 공기업 그랜드코리아레저(GKL)의 장애인 펜싱팀 창단,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47)씨가 이권을 노린 옛 포스코 계열 광고대행사 '포레카' 지분 매각에도 대통령의 개입 흔적이 나온 상태다.

검찰 조사는 박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어떤 발언을 했는지, 사안을 보고받고 챙겼다면 어떤 취지였는지, 재단 설립이나 문건 유출에 최씨의 부탁이나 지원 요청이 있었는지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 조사는 최순실 의혹 수사에서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부분의 마지막퍼즐을 맞추는 작업"이라며 "검찰도 부담스럽겠지만, 수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사안이라 물러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