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 청와대 인근 행진 허용
법원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주말 도심 집회에서청와대 인근 구간의 행진을 허용했다.

광화문 누각 앞을 지나는 대로이자 청와대를 목전에 둔 율곡로에서 행진이 허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김정숙 부장판사)는 경찰이 청와대 인근 구간의 행진을 금지한 데 반발해 민중총궐기투쟁본부 측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12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4시부터 시작되는 본 집회와 도심 행진이 주최 측이 계획한 대로 이뤄지게 됐다.

재판부는 경찰이 청와대 인근 율곡로와 사직로의 행진을 전면 제한하려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신청인(투쟁본부)이 개최하고자 하는 집회·행진은 특정 이익집단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 어른, 노인을 불문하고 다수의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고 전제했다.

이에 따라 "집시법상의 집회 제한 규정을 엄격히 해석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집회를 조건 없이 허용하는 게 민주주의 국가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기존 집회들은 지금까지 평화롭게 진행됐다"며 "집회 참가인들이 그동안 보여준 성숙한 시민의식 등에 비춰볼 때 평화적으로 진행될 것이라 능히 예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특히 "대통령에게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하는 이번 집회의 특수한 목적상 사직로·율곡로가 집회 및 행진 장소로서 갖는 의미가 과거 집회들과는 현저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또 "집회 행진 경로가 사직로·율곡로를 포함함으로써 다소간의 교통 불편이 발생할 수 있으나 이는 국민으로서 수인할 수 있는 범위 내의 불편에 해당한다고 보이고, 주최 측과 언론의 충분한 예고로 실제 해당 도로를 이용하려는 인원이 많을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집회 중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에 대비한 비상통로 확보의 필요성이 문제 될 수 있으나, 주최 측이 응급상황에 대비한 인력을 확보하고 있고 국민의 안전 보장을 본연의 임무로 하는 경찰이 신청인과 공동으로 신속히 대처해 이를 해결할 수 있어 보인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경찰이 해당 구간의 행진을 금지할 경우 집회 참가자와 경찰 간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재판부는 "이번 집회는 행진 이후 광화문 광장에 집결해 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행진이 제한된 장소에서 참가자들이 해산돼 다시 광장으로 집결하게 될 경우 오히려 집회 질서를 유지하기가 어렵게 돼 경찰과 참가자들 사이에 불필요한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날 법원 결정으로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 참가자들이 최대한 청와대 가까이 행진할 수 있는 곳은 율곡로에서 사직로까지이다.

이 구간은 애초 투쟁본부가 경찰에 신고한 곳이다.

내자동 로터리에서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로 올라가는 구간, 즉 청와대 옆길 부분은 애초부터 집회 주최측에서 신고하지 않아 행진 구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법원 설명이다.

법원 관계자는 "민중총궐기 참가자가 내자동 로터리에서 북측 효자동(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는 것을 허용하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법원 결정에 따라 투쟁본부가 신고한 4개 경로 외에 민주노총이 신고한 행진도 경복궁역 교차로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애초 서울광장에서 청운효자동 주민센터까지 행진을 신고했으나 경찰은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까지 만으로 제한 통보했다.

앞서 투쟁본부는 9일 '박근혜 퇴진 촉구 국민대행진'이라는 이름으로 서울광장부터 경복궁역 교차로로 모이는 네 가지 경로의 행진을 신고했다.

경찰은 도심 상당 구간의 행진을 허용했지만, 교통소통을 명분으로 행진을 금지 또는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2조 1항을 근거로 경복궁역까지는 진출하지 못하도록 조건부 통보했다.

본부는 이에 "이번 통고는 시민들 행진을 청와대에서 가급적 먼 곳으로 보내기 위한 것으로, 집회의 자유 중 본질적인 장소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금지통고 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앞서 경찰은 5일 집회에서도 세종로 행진을 금지했지만, 법원은 "교통소통의 공익보다 집회 시위 자유 보장이 더 중요하다"며 행진을 허가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