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5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촛불을 밝히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5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촛불을 밝히고 있다.
정부 비판 집회·행진 기계적 금지통고 반복에 비판 목소리
집회측 "국민 표현의 자유 보장한 당연한 결정…집시법 개정 운동하겠다"


법원이 시민들의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도심 행진 계획에 내린 경찰의 금지통고를 사실상 무효로 했다.

경찰은 그동안 정부 비판 집회나 행진에 금지통고를 기계적으로 반복했지만, 번번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이러한 경찰의 결정이 무리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준)'이 5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문화제를 벌이고 종로·을지로 등을 행진한다고 신고한 데 대해 전날 금지통고를 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2조(교통 소통을 위한 제한) 상 행진 경로가 법률에 규정된 '주요 도로'에 해당해 교통 소통에 방해된다는 것이다.

이에 참여연대는 '집회금지 통고처분 취소청구소송'과 '금지통고집행정지가처분신청'을 냈고, 서울행정법원은 이날 오후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가처분이지만 집회 시작 직전 인용됐기에 사실상 경찰의 금지통고가 무효가 된 것이다.

경찰은 법원 판단을 존중해 행진을 잘 관리하겠다면서도 금지통고 판단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주최 측은 4만명이 행진하겠다며 2개 경로를 신고했는데, 이러면 우회로가 퇴계로밖에 없어 도심 곳곳에 교통 불편이 명백히 예상되는 상황이었다"며 "이는 집시법에 따라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질서유지인 300명 명단을 제출했는데 2개 코스 모두 명단이 동일했고, 대안 코스도 협의되지 않아 금지 통고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면서도 "법원 판단을 존중해 오늘 행진을 잘 관리하겠다"고 전했다.

경찰이 이렇게 금지통고를 했다가 법원의 결정으로 무효가 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경찰은 고(故)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고서 작년 12월5일 백남기 대책위가 하기로 한 '2차 민중총궐기' 집회에 금지통고했다.

백남기 대책위는 서울광장에서 백씨가 입원한 서울대병원 인근까지 7천여명이 행진하겠다고 집회 신고를 했던 터였다.

이 집회가 집단적 폭행이나 손괴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라는 것이 금지 통고의 이유였다.

백남기 대책위는 이에 반발해 옥외집회 금지통고 집행정지 신청을 냈고, 법원은 "집회금지 효력을 정지해도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이를 받아들였다.

금지통고는 문화 행사에도 내려진 적이 있다.

지난해 6월에도 경찰은 '퀴어 퍼레이드' 주최 측이 신고한 행진을 금지 통고했다.

주최 측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낸 끝에 서울광장을 출발, 을지로와 퇴계로를 지나 한국은행 로터리를 거쳐 서울광장까지 2.9㎞를 행진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경찰의 금지통고는 계속되고 있다.

경찰은 올해 6월25일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의 광화문 북측 광장∼경복궁 사거리∼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민센터 행진에 금지 통고했다.

올해 10월1일 백남기 대책위가 종로구청앞 사거리에서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까지 행진하겠다고 한 신고에도 금지 통고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이러한 금지통고가 평화롭고 순조롭게 진행되는 집회를 막고 오히려 불필요한 충돌을 발생하게 하는 행위라며 꾸준히 반발해왔다.

가처분을 진행한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김선휴 변호사는 "교통 불편보다 집회 시위의 자유를 허용해얻는 공익이 더 크다고 판단한 당연한 결정"이라며 "행진을 금지하면 불법으로 규정되기에 자발적인 국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집시법 12조로 경찰은 금지 권한을 갖게 돼 자의적인 금지통고를 남용하고 있다"며 "현재는 이를 재판으로 다투고 있지만, 앞으로 이 12조 개정 운동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이대희 기자 2vs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