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주인 경기도에 청와대 사업 제안ㆍ문화부 행사 통보
외투기업 급조ㆍ1% 특혜임대, CJ 1조4천억 사업 '급물살'

K-컬처밸리 사업이 청와대 제안에 따른 것이며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련 행사를 통보했다는 경기도 관계자의 증언이 나옴에 따라 이 사업 관련 특혜 의혹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는 모습이다.

1조4천억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인 K-컬처밸리 사업이 청와대와 문체부의 후원 아래 급물살을 탄 배경에는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연루됐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CJ그룹이 외국인투자기업을 급조해 땅주인인 경기도로부터 부지 가액의 1%에 50년간 장기 임대 특혜를 받은데에도 외부의 힘이 작용했으며, 경기도는 조력자의 역할을 것으로 보인다고 K-컬처밸리 특혜의혹을 조사 중인 경기도 의회 관계자는 전했다.

◇ 1조4천억 사업 K-컬처밸리
경기도가 2004년부터 추진해 온 한류월드 사업은 5조9천400억원(공공 1조440억원, 민간 4조8천960억원)을 들여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일원 99만4천756㎡ 부지에 테마파크, 호텔, 문화콘텐츠시설, K팝 전용 아레나 공연장 등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10년여간 한류월드 사업이 지지부진하며 땅을 놀리던 차에 지난해 1월 2일 CJ E&M이 사업제안서를 냈다.

'K-컬처밸리'다.

한류월드 내 30만2천153㎡ 부지에 테마파크(23만7천401㎡), 상업시설(4만1천724㎡), 융복합공연장·호텔(2만3천28㎡)을 짓는 내용이다.

지난 6월 30일 상업시설용지와 융복합공연장·호텔부지를 1천610억원에 CJ E&M에 넘기기로 매매계약을 맺었고 테마파크 부지는 토지가액(833억원)의 1%인 연 8억3천만원에 50년간 CJ E&M의 자회사인 사업시행자 케이밸리에 대부하기로 계약했다.

테마파크와 상업시설은 내년 1월, 융복합공연장·호텔은 내년 12월 착공해 2018년 12월 완공예정이다.

사업비는 1조4천억원이다.

◇ 일사천리 사업 진행에 땅주인 경기도는 들러리
'경기도의회 K-컬처밸리 특혜의혹 행정사무조사 특위' 속기록 등을 보면 경기도, 고양시, CJ E&M은 지난해 2월 11일 K-컬처밸리 투자협력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CJ E&M이 사업제안서를 낸 지 1개월여만이다.

남경필 지사가 1조원대 사업인 K-컬처밸리 사업을 보고받은 것은 2월 5일이다.

LOI를 체결하기 불과 6일 전이다.

게다가 2월 4일 경기도가 한류월드 테마파크 6만6천㎡ 부지에 800억원을 들여 한류월드총괄지원센터 한류마루를 짓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는데 한류마루는 단 며칠 사이에 백지화됐다.

경기도 한 관계자는 4일 "지난해 2월 11일 K-컬처밸리 조성을 위한 LOI를 체결하기 얼마 전 청와대 행정관으로부터 'K-컬처밸리 사업을 정부 문화융성프로젝트의 하나로 포함해 추진하겠다.

잘 준비해 달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후 문체부 담당 부서에서 도 담당 부서로 이메일을 통해 '2월 11일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에서 LOI를 체결할 예정이니 지사가 참석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도의회 특위가 조사한 '외부의 힘'이 일부 확인된 것이다.

LOI 체결 이후 사업 추진 과정에도 '외부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도의회 특위의 주장이다.

우선 K-컬처밸리 테마파크 부지의 1%대 대부금리다.

1%는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최저 우대 금리다.

경기도는 작년 말 올해 세입예산안을 편성하며 K-컬처밸리 대부 수입 8억3천만원을 반영했다.

지난해 12월 29일 CJ E&M의 자회사로 사업시행자인 케이컬처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는데 그 전에 예산안을 짠 셈이다.

특히 경기도는 지난 5월 20일 CJ E&M과 기본협약을 체결했지만 케이밸리는 한달 뒤인 6월 17일 외투기업으로 등록했다.

외투기업 등록 과정도 의문 투성이라며 도의회 특위는 이를 집중 추궁한다는 계획이다.

도의회 특위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사업시행자 케이밸리는 CJ E&M이 450억원, 싱가폴 방사완브라더스가 50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방사완브라더스는 작년 6월 19일 설립돼 5건에 50만∼120만 싱가폴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과 단기 대출 및 주선 실적밖에 없다.

특위 관계자는 "K-컬처밸리 정도 규모면 사업리스크를 줄일 목적으로 금융회사, 건설사 등 다수 회사가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경기도도 해당 회사에 대한 신용 및 자격 심사를 하는 게 통상적인데 경기도는 설립 1년밖에 안 된 방사완브라더스에 대해 어떠한 조사도 벌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규모 사업인데 부지공급 계약식에 방사완브라더스 관계자가 오지도 않았다"며 "케이컬처는 CJ E&M이 급조한 외투기업이고 경기도는 '외부의 힘'을 의식해 사실상 CJ E&M의 조력자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는 "지난해 5월 20일 기본계약을 체결했지만 사업자 선정 투명성을 위해 지난해 9월 사업자 모집공고를 했고 결국 CJ E&M 1곳만 참여했다"며 "우수 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기본협약 1개월 뒤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등록하는 업체도 가능하도록 공고문에 넣었다"고 해명했다.

◇ 차은택 작품인가…청와대 관계자 신원 확인 방침
도의회 특위는 3일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대표로 있는 서울 아프리카픽처스에 참고인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

특위 관계자는 "CJ E&M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날 박근혜 대통령과 차은택 전 단장, CJ 손경식 회장이 만났다는 언론 보도가 있어 참고인으로 채택했다"며 "차 전 단장이 출석하면 K-컬처밸리 사업에 모종의 역할을 했는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차 전 단장이 국내에 들어오더라도 참고인으로 도의회에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참고인 출석을 강제할 수단은 없기 때문이다.

특위는 또 경기도에 전화한 청와대 관계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예정이다.

특위 관계자는 "청와대로부터 전화를 받고 한류마당이 K-컬처밸리로 뒤바뀐다는 사실을 남경필 지사에게 보고한 도 간부공무원을 박수영 전 행정1부지사로 일단 파악하고 있다"며 "박 전 부지사도 참고인으로 곧 부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위는 경기도 전·현 문화체육관광국장 등 도 간부공무원 13명과 경기도시공사 북부발전사업처장·부장 등 15명을 증인으로, CJ E&M 대표이사와 케이밸리 대표이사, 차 전 단장을 참고인으로 채택해 12월 5일까지 행정사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K-컬처밸리 특혜의혹의 전말을 밝히는 데 필요하면 남경필 지사도 증인으로 부를 방침이라고 특위는 전했다.

(수원연합뉴스) 최찬흥 기자 c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