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 현직 대통령 수사…檢 강제모금·문건유출 경위 집중 조사
최순실 의혹 '몸통'인지…안종범·정호성 등에 '지시'했는지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 실세' 의혹과 관련해 4일 대국민 담화에서 직접 검찰수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조사가 현실화했다.

이에 따라 향후 검찰이 박 대통령을 포함해 모든 관련자들을 상대로 수사에 나서 각종 의혹을 남김없이 규명할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이 쏠린다.

박 대통령은 '비선 실세'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이후 줄곧 사실상 의혹의 '몸통'이라는 의심을 받아 왔다.

검찰이 박 대통령을 직접 조사할 경우 현 단계에서 확인할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미르·K스포츠 재단의 이른바 '초고속 설립'과 '강제 모금' 의혹이다.

두 재단은 설립 허가를 신청한 지 하루 이틀 만에 승인을 받고 53개 대기업들로부터 단기간에 774억원이라는 거액을 끌어모았다.

구속된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중심에 있었다는 게 현재까지 검찰 수사로 확인됐다.

최씨는 기금을 모금할 당시 기업들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청와대 경제수석이던 안 전 수석과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53개 대기업이 774억원을 출연하도록 강요한 혐의로 3일 구속됐다.

두 재단은 자신이 막후에서 설립과 운영을 좌지우지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달 2일 출석해 조사를 받던 안 전 수석은 긴급체포된 상태다.

하지만 최씨와 안 수석의 존재만으로는 거액 모금이 완전히 설명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최근에는 대통령 관여설이 점차 증폭되고 있다.

안 전 수석은 검찰에서 관련 현안을 박 대통령이 직접 챙겨봤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공개 장소에서 두 재단에 각별한 관심을 표명한 만큼 재단들이 잘 설립돼 운영하도록 돕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라 생각해 두 재단의 운영이 원활히 되도록 지원했다는 취지다.

결국 검찰 조사가 실현된다면 박 대통령이 최씨를 위해 재단의 일을 잘 봐주라는 명시적인 '지시'를 내렸는지 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재단 운영이나 이 과정에서 일어난 여러 비위 의혹과 관련해선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의 기금 모금 참여와 관련해선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께도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언급한 부분이 연관성이 있어보인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결정적 이유가 된 연설문 등 '청와대 문건 유출' 또한 직접 해명해야 할 부분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사과 당시 "최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 홍보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며 의혹을 일부 시인했다.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이런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으며,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에는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이 있다는 게 박 대통령의 설명이었다.

최씨 것으로 의심되는 태블릿PC 속 문서의 작성·수정자로 지목됐던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은 3일 밤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전격 체포됐다.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법원이 발부했다.

이처럼 법원도 수사의 필요성을 인정한 상태여서 수사에는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최씨는 문제의 태블릿PC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결국 최씨에게 어떤 문서가 얼마나 오랜 기간 전달됐는지, 그 중간에서 역할을 한 다른 인사는 누구인지 등도 밝혀야 할 부분이다.

이밖에 최씨가 청와대를 별다른 제재없이 제집처럼 드나들며 '특혜'를 누렸다거나,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된 영상에서 최씨가 박 대통령의 의상을 고르고 비용을 낸 것으로 의심받는 부분 등도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담화에서 "개인사 도울 사람이 마땅찮아 최순실씨 도움을 받고 왕래했다"고 밝혀 최씨가 청와대를 드나들었다는 점도 시인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song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