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관련' 안종범 진술·주장 따라 조사 불가피" 견해도

'비선 실세' 최순실(60)씨의 국정 농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상대로 한 수사 가능성을 열어 둔 가운데 학계에서도 대통령 수사가 가능할 뿐 아니라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국가원수인 동시에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대통령의 권위를 유지하게 하고 국정 공백을 막기 위한 조항이다.

제2공화국은 의원내각제였기 때문에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이 없었지만 그 이외 시기의 헌법에는 모두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이 규정돼 있었다.

헌법학계의 권위자인 허 영(80)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3일 연합뉴스에 "소추를 전제로 한 강제 수사는 불가능하지만, 대통령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 자진해서 조사를 받겠다고 한다면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허 교수는 "이는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 조사이지 법적 조사와 다르다"며 "대면·서면 등 수사 방식은 대통령이 스스로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헌법재판관 출신의 원로 학자도 "학계 유력설은 수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권한을 너무 신성시하는 쪽으로 해석해선 곤란하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에 대한 강제 수사에 대해 "헌법에 위배되진 않지만 여러 자료와 진술로도 수사가 가능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50) 변호사 역시 "대통령은 피고인만 못될 뿐 피의자는 될 수 있다"며 "수사가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방해해선 안 될 것으로 해석되는 만큼 서면조사나 청와대 방문조사가 바람직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임지봉(50)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증거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 등 대통령에 대한 강제 수사도 일부 가능하다고 본다"고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자신의 책임을 대통령에게 미룬다는 얘기도 있는 만큼 사건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 대통령 조사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에 장영수(56)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불가능하며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헌법이 대통령 형사소추를 막는 것은 검찰이 임명권자인 현직 대통령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수사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이 임기를 마친 후 조사를 시작하는 것이 '축소 수사', '봐주기 수사' 등의 논란이 없는 신뢰성 있는 수사를 담보할 수 있다"고 했다.

법제처가 펴낸 '헌법주석서'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두 상반된 견해를 제시했다.

한 견해는 법원의 재판을 전제로 하는 공소의 제기와 이와 연관된 체포·구속이 금지되는 것으로 수사기관의 수사는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압수·수색·검증 등도 포함된다.

다만, 공정성을 위해 독립된 특별검사에 의해 수사하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이다.

다른 견해는 소추란 체포·구속·수색·검증까지를 포함해 모두 금지된다는 견해다.

헌법학 권위자였던 고 권영성 교수의 헌법학원론은 "(대통령에 대한) 형사상 소추는 기소에 그치지 않고, 체포·구금·수색·압수·검증도 포함한다고 본다"고 설명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방현덕 기자 bang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