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60)의 국정농단에 대한 검찰의 수사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31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을 출국금지했다. 최씨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출국금지 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 관계자는 이날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을 출국금지했다”며 “조만간 소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수사 중인 상황에서 출국금지를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안 전 수석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대기업들로부터 기금을 모집한 ‘핵심 배후’로 꼽힌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에게 외교·안보·경제 분야의 국정 기밀문서를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수본은 두 사람을 이번주에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최씨 최측근인 고영태 씨도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지난 27일 밤 검찰에 자진 출석해 29일 낮까지 2박3일간 조사를 받은 고씨는 30일 오후 다시 참고인 신분으로 나와 31일 낮 귀가했다. 고씨는 조사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든 가방 때문에 최씨와 우연히 알게 됐다”며 “문제가 되고 있는 태블릿PC는 절대 내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유흥업소에서 최씨를 만났다는 의혹과 자신이 문제가 된 태블릿PC 소유자라는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우 전 수석 수사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등검찰청장)은 30일 우 전 수석 부인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4시간 동안 조사했다. 특수팀은 이르면 이번주 우 전 수석을 소환할 계획이다.

현 정권의 또 다른 비선 실세로 지목된 차은택 광고감독에 대한 수사도 시작됐다. 특수본은 차 감독의 금융거래 내역을 확보해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차씨 최측근인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의 ‘광고사 강탈’ 의혹과 관련해 광고사 대표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송 원장은 포스코 계열 광고사 포레카를 인수한 중소업체에 “지분 80%를 내놓지 않으면 세무조사 등을 받도록 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