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일만 지나면 한도 회복된다는 점 악용

잔고가 없는 외국 계좌의 체크카드를 이용해 국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빼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의 사기 수법은 외국 계좌의 경우 잔고가 부족해 체크카드 사용이 정지돼도 5∼7일이 지나면 제한이 풀려 다시 카드를 쓸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일명 '카이팅(Kiting)'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사기 혐의로 유모(43)씨 등 4명을 구속하고 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1일 밝혔다.

유씨 일당은 2015년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미국, 뉴질랜드 등 외국 은행 6곳에 예금계좌를 개설하고 총 20장의 체크카드를 발급받았다.

이들은 이 체크카드를 단말기로 결제하는 일반적인 방법과 다르게 사용했다.

이들은 허위로 등록해 놓은 가맹점 정보와 발급받은 카드 정보 등을 손으로 적어 수기 전표를 만들었다.

국내 가맹점이 외국 체크카드 발급사에 직접 지급청구를 할 수 없는 탓에 이들은 중간 매입역할을 하는 국내 카드사에 거래 정보를 불러준 다음 승인번호를 얻어 전표를 접수하고 돈을 받아냈다.

문제는 외국에 개설해놓은 예금계좌에 돈이 없는데도 계속해서 카드를 쓸 수 있다는 점이었다.

국내에서는 예금계좌에 잔고가 없으면 체크카드도 쓸 수 없지만 외국은 달랐다.

잔고 부족으로 카드 사용이 정지돼도 5∼7일만 지나면 사용 제한이 풀렸다.

경찰은 "외국은 월말에 매출전표가 은행에 접수되기 전까지는 카드 거래의 위험 부담을 금융기관이 지는 구조여서 며칠이 지나면 체크카드 사용 한도가 회복된다"고 설명했다.

유씨 일당은 이런 방법으로 총 353차례 9억 6천여만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범죄는 주유소나 지방특산물 판매점 등에서 외국의 체크카드로 수억원의 매출 대금이 청구돼 불법 거래가 의심된다는 금융기관의 제보로 발각됐다.

경찰은 "이번 사례 외에도 다른 지역에서도 동종 수법에 따른 금융기관의 피해가 확인됐다"면서 "신종 카드사기 수법이 퍼져 나가는 경위 등을 밝히고자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kjpark@yna.co.kr